스페인 여행 번외 편

소매치기 조심해

by 도담과 솜

'소매치기 조심해' 스페인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블로그에도 스페인 소매치기 경험담이 아주 많았다. 단단히 겁을 먹은 우리는 소매치기를 예방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준비를 했다.


1. 자전거 자물쇠

- 이동 시 기차에서 캐리어를 안전하게 묶기 위해.


2. 소매치기 방지 휴대폰 스트랩

- 휴대폰과 가방을 연결.

-지갑과 가방을 연결.


3. 지퍼 달린 가방.

- 예쁘고 튼튼하면서 지퍼가 달린 가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자물쇠란 자물쇠로 중무장한 우리는 사람이 많은 광장이나 지하철 등에 가야 하는 상황이면 무조건 가방을 가슴까지 꼭 끌어안고 완전 경계모드에 들어갔다. 그들의 수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며 나는 아직도 소매치기하는 물건의 범위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 번은 네르하로 떠나는 기차역에서는 회색 티에 파란색 반바지를 입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키 큰 남자가 캐리어를 끌고 가는 내 뒤로 바짝 붙었다.


"현서야 현서야 현서야"


왜 이렇게 내 이름을 불러대는지 "아 왜!" 하고 돌아봤을 때 그 남자가 눈에 보였고


"그 사람 소매치기 같아."


상황 판단 후 가던 방향에서 정반대로 급하게 방향을 틀어 사탕을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 남자는 우리를 잠깐 응시하더니 곧장 다른 동양인 관광객의 뒤로 바짝 붙었다.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떠나기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기차역에서는 위에서 상황을 보며 타깃을 정하는 사람과 실제 행동하는 사람이 팀을 꾸려 소매치기를 한다는. 영서가 알아채지 못했으면 캐리어가 통째로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또 한 번은 마드리드의 지하철에서 남자들 무리가 관광객으로 보이는 동양인들 옆에만 바짝 붙어서 눈으로 스캔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같은 남자들이 지하철을 타지 않고 방황하면서 관광객들 옆에 잠깐 붙었다가 떨어지는 상황을 보아하니 꼭 소매치기범 같았다. 그 사람들이 가까이 올수록 우리는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더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마드리드 백화점에서 기념품을 잔뜩 사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시내에서 걸어가는 우리의 뒤로 자꾸 마르고 작은 동양인 남자애가 가까이 붙었다. 경계가 심한 우리는 이상하게 거리를 두지 않는 그 남자애를 흘깃흘깃 지켜봤다.


"얘 소매치기 같지."


찰나의 순간 그 남자애는 내 손에 든 백화점 봉투를 확 낚아채려 했다. 나는 깜짝 놀라 봉지를 꽉 잡고 하늘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살짝 흘겨보며 스쳐 지나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소매치기들은 휴대폰이나 지갑만 훔치는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훔친다고? 소금을?'이라고 생각했다. 그 봉지 안에는 돌아가면 기념품으로 나누어 줄 스페인 꿀과 소금과 올리브 오일이 가득 들었다. 아마 가져갔어도 별로 큰 수확은 없었을 테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경계심 많은 우리는 결국 여행 끝까지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고 여행을 끝마칠 수 있었다.


스페인은 내가 방문한 유럽 국가 중 사람들이 가장 정이 넘치고 인간미가 있으며 인종차별도 거의 당하지 않았으나 소매치기 때문에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못한 나라 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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