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으면 공부 잘한다?

by 책선생

먼저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보편적으로 책 많이 읽으면 공부 잘하는가?라는 질문에서 공부란 학교 시험공부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책 많이 읽으면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공부가 세상을 이해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 그 본질적인 의미를 잃고 협소한 의미인 '시험공부'를 뜻하는 말이 되었는지 씁쓸하다.


여하튼 책 읽기와 성적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한 즉답을 하자면 시험성적과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 다만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 능력은 좋아하지는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별도의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반복 훈련과 문제를 잘 푸는 스킬이 필요하다.


일단 공부는 어떠한 이론이나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 시작이다. 문자를 읽고 이해해야 하고 그중 가장 중요한 핵심을 골라 외우거나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공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는 것이 독서다. 그러니 독서의 과정은 공부의 과정과 같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일단 문자를 잘 읽고, 어떤 내용이든 이해를 잘하며, 줄거리 파악하듯이 중요한 내용들을 잘 찾아 정리할 줄 안다.


또한 오랜 시간 꾸준히 책을 읽는 아이들은 지적 호기심이 많고, 지능적으로도 우수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런 아이들이 맘 먹고 학교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본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만 많이 읽고, 학교 수업을 등한시 하고, 시험준비를 하지 않는다면야 결과는 뻔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아 온 경험으로 시험 성적은 같은 노력을 했을 경우 유전적으로 뛰어난 지능을 물려받은 아이들이 잘한다. 또한 타고난 기질이 유달리 끈기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그런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책도 잘 읽고 공부도 잘한다. 이런 아이들은 많게는 10% 정도 된다. 요즘 한 반이 25명 내외이며, 30명이 넘지 않으니 한 반에 2-3명은 선천적으로 잘 타고 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뭘 시켜도 잘하고 심지어 열심히 하기까지 한다. 전체의 1% 아이들은 심지어 책같은 건 읽지 않아도 시험을 잘 본다. 같은 노력대비 효율도 어마어마 좋다. 뭐 그냥 타고난 게 남다른 걸 어쩌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런 유전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나는 환경적인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독서는 타고난 요인이 아니다. 책 읽는 능력은 우리의 유전자에 없다. 이것은 오로지 환경에 의해서 후천적으로 학습되거나 훈련해야 습득되는 능력이란 얘기다. 너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인류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게 언제일까?


인류까지 뻗어나가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100년 전까지 문자를 사용하지 못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한 시기가 1446년이고, 그 후로 160년이 지나서야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이 광해군 때 나왔다. 그 후 병자호란을 지나서야 소수의 일반 백성들이 한글을 배워 한글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고 하니,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자를 사용한 역사 자체가 너무도 짧다.


여하튼 책 읽기는 후천적인 환경과 노력으로 유적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부작용 없는 교육이라 하겠다. 특히 독서력이 높을수록 수학 성적과도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꾸준한 책 읽기를 통해 독해력과 사고력이 좋아지면 수학성적도 따라 올라간다. (여기에 논리적인 글쓰기 훈련이 따라온다면 금상첨화다) 실제로 수학학원 갔다가 책부터 읽고 오라는 조언을 듣고 '책수업'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다.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나 선생님들 중 독서를 강조하시는 분들이 유독 많다.


독서하면 흔히 국어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수학과 더 연관성 있다는 것이다. 수학과 언어는 둘 다 본질적으로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수학논리가 언어논리보다 매우 추상적이며 매우 촘촘한 논리를 갖고 있어 더 어렵긴 하지만 둘 다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책을 잘 읽는다하면 내용을 잘 이해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더 많이 잘 읽다보면 글의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어떤 하나의 이야기는 논리적 구성안에서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말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 자체가 성립된다. 게다가 동화나 소설은 절대 그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고도로 추상화시켜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판타지 소설조차도 말이 돼야 하고, 논리적인 이야기 구성을 가지고 있어야 독자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는 현실을 비유한 선과 악이 존재하고 악이 만들어 놓은 문제를 선이 해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해결과정이 쉽지 않은데 그럴 때 주인공이 가진 타고난 재능이나 주변인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이것은 작가가 자연스레 현실을 비유해 놓은 것이지 그저 재미로 만들어낸 망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 책만 읽는 것이 쓸데없는 짓이 아닌, 굉장히 쓸모 있는 짓인 것이다.


즉, 그저 재밌게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 내용뿐 아니라 논리적 구성들을 익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사건들을 만나고 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름 추론하면서 문제 해결력을 기른다. 이런 기초 공부를 책 읽기를 통해 길러온 아이들은 대체로 공부도 잘 따라가고 시험도 잘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기적으로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시스템 속에서 내 아이가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 단기적인 성적, 수학 성적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학원을 보낸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특히 초등시절에는 재밌는 독서만으로도 사고력, 논리력, 추론력,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수학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이야기다. 나도 본질적인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지루하게 하는지 잘 안다. 옳다고 생각하지만 인내심이 없거나 방법이 정확하지 않다면 금방 포기한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쉽게 잘못된 현실들과 타협을 하며 스스로 합리화하기 쉽다. 그래서 대학을 잘 가기 위한 공부로 대다수의 아이들은 괴롭다.


왜 우리는 가뜩이나 어려운 공부를 별 쓸모없게, 재미없게 가르치고 있을까? 그러면서 어른들은 현실 타령뿐이고, 아이들을 그 잘못된 현실에 순응하게 한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란 것은 세상이 탄생하면서부터 그 현실이 아니다. 이 현실이란 것은 언제나 끝없이 바뀌어 왔다. 우리가 사는 지금 현실을 만든 것은 우리다. 그러니 바꾸어야 할 사람들도 우리다.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현실을 주어야 한다.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미래의 우리의 현실을 만들 것이다. 내가 사는 미래가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미래를 살고 싶다면.... 우리 어른들이 당장 아이들에게 지금과 다른 오늘을 살게 해야 한다.


오늘을 의미 있게 재미있게 산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그런 미래를 만들어 갈 테니. 현실은 상상으로만 만들 수 없다. 지독한 입시 경쟁 속에서 놀 권리를 박탈당하면서 사는 지금의 아이들이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리 만무하다.


책 읽는 것, 글쓰는 것이 공부라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를 이 대한민국에서 바라는 것은 너무도 사치스러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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