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Essay 2. 음식은 골고루 먹고, 책은 편식!

- 한가지 분야를 깊게 파는 독서는 유익히다.

by 책선생

특정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 식재료만 꾸준히 먹으면 마치 어떤 병이 치료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양파를 먹으면 피가 맑아져 심혈관 질환에 좋고, 양배추를 먹으면 위장병에 좋고, 사과나 토마토를 먹으면 병원에 갈 일이 없다는 식이다. 그것이 거짓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것들의 효능을 별로 보지 못하고 사는 이유는 그 한가지 식재료로만 음식을 해서 먹지 않기때문이다. 혹여 먹는다 하더라도 금새 물려 꾸준히 먹지 못한다. 그러니 평소 건강할 때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게 제일 좋다. 그리고 아프면 그냥 병원을 가자.


보통 책을 마음의 양식으로 비유한다. 내 마음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것이 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책도 음식처럼 골고루 먹는 게 좋을까? 또 오래 묵은 발효음식같은 고전이 좋을까? 제철 음식같은 베스트셀러가 좋을까? 책과 음식은 여러 모로 닮아서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참 재밌다.


오래 책을 읽고 가르치면서 다양한 책을 읽는게 좋을까? 고민해본적이 있다. 책을 편식하는 것은 좋지 않을까? 굳이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책도 음식처럼 다양한 종류의 것들을 읽으라고 하는 의견들이 많아서 진짜 그럴까 상당기간 고민을 했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책은 편식을 하는 걸 추천한다.


편독은 어떤 한 분야나 한 장르의 책만 읽는 것을 말한다. 편독이 막연하게 좋지 않을 것 같지만 왜 그게 안좋냐고 물으면, 그냥 원래 책은 다양하게 읽는게 좋은게 아니겠냐고 말한다. 또는 기껏해야 편향된 생각만 하게 되지 않겠냐는 식이다. 사실 편독을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은 그냥 '느낌'에 불과하며 딱히 '근거없음'이라고 보면 된다.


정말 책은 다양하게 읽는 것이 좋은가? 분야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읽으라는 소리인가? 여기서부터 독서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독서야 말로 '취향'을 무지하게 타는 행위다. 그리고 그 취향이라는 것은 '흥미'의 다른 말이다. 독서의 행위는 다양한 상식과 교양을 갖춘 현대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다.


독서는 즐겁자고 하는 것이다. 어떤 즐거움인가 묻는다면 지적유희, 정보습득, 상상의 즐거움, 공감의 즐거움 정도 거론할 수 있다. 독서가 취향과 흥미를 걷어내고 오로지 다양한 상식 습득과 교양을 갖추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책을 읽지 않는것이다.


그래서 원래 독서는 편독이 정상이다. 편독을 해야 진정한 독서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분야만 읽고, 한 장르만 읽는 게 왜 나쁜가. 편독은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적인 지식과 소양을 쌓을 수 있다는 것에서 정말 추천할 만한 독서 형태다. 환타지 소설이나 추리 소설만 읽어도 무방하다. 자기가 관심있는 어떤 분야든 상관없다. 원래 독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신에 대해 궁금하면 종교서적만 읽어도 된다. 곤충에 대해 궁금하면 곤충책만 읽고, 뇌에 대해 궁금하면 뇌와 관련된 책을 읽어도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그것과 연관된 다른 책들을 자연스럽게 읽게 된다. 환타지를 읽다가 SF를 읽게 되고 소설속 세계관이 궁금해서 과학책을 읽게 된다. 뇌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감정에 관한 책을 읽게 되고 운동에 관한 책을 읽게 되는 식이다. 돈을 벌고 싶어 돈에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시작으로 사업과 경제 그리고 주식이나 투자 관련 책을 읽게 된다. 한권으로 멈추지 않는다. 읽다보면 계속 궁금함이 쌓이고, 그걸 해결하고 싶어서 다른 책을 찾는다. 충분히 됬다라는 생각이 들기전에는 계속 갈증이 생긴다. 그렇게 한 분야를 파다보면 다른 분야와 연결된 어느 지점을 만나게 되고 그 연결된 분야 역시 깊게 파게 된다.


흔히 다양한 책을 읽으면 균형잡힌 생각을 하고 상식이 늘고 교양인이 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편독을 통해 한 분야를 깊게 읽으면서 통찰이 일어나고, 그 분야를 더 잘 이해하기위해 연계된 다른 분야를 읽어가면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좁고 깊은 동굴 하나를 파고 또 옆에 좁고 깊은 동굴을 파고 그러다보면 넓고 깊은 거대한 동굴을 파면서 보물들을 발견하는 행위가 독서다. 그래야 깊이 있는 상식과 교양이 쌓이고 비로소 전문가적 지식뿐 아니라 인생의 통찰도 더불어 얻을 수 있다.


단 만화책만 읽는 건 지양하면 좋겠다. 만화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만화책은 음식으로 치면 간식과 같은 것이라 간식만 먹으면 식습관을 해치는 것과 같다. 간식은 어디까지나 주식을 건강하게 먹고 난 다음에 즐기는 먹거리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오늘부터 아이들에게 음식은 골고루 먹이고, 책은 편식을 시키면 좋겠다. 아이가 특정 장르를 좋아하면 주야장천 특정 장르와 분야의 책을 읽게 하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꼬마 전문가로 성장한 아이의 이런 류의 기분 좋은 잘난척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이 작가는 계속 같은 얘기만 하고 있는데? 초기 작품에 비해 갈 수록 별로 인거 같아. 이제 좀 다른 것 좀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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