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유별

by 책선생

모든 아이는 모두 다르다. 그런 아이들을 이분법적으로 외향성과 내향성,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해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히는 것은 너무나 단순해서 엉성하기까지하다.


오랜 시간 아이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세상에 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렇게 생긴것만큼 기질과 성격이 다르다. 여러 환경적인 요인인 경제적 형편, 부모의 교육관, 부모의 맞벌이 여부, 형제 관계 속 위치에 따라 아이는 부모와 다른 인간이 된다. 그러니 세상에 같은 아이가 하나도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학년이나 성별로 묶어 일반화시켜서 3학년은 이렇고, 5학년은 이렇다. 그리고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성의없는 단순화란 말인가. 자칫 어떤 아이의 전체 중 아주 일부를 가지고 그 아이를 설명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미운 일곱살이니 중2병이니 하는 말들이 대표적인 일반화 오류다. 사실 모든 7세의 아이들이 미운 행동을 하지 않으며, 모든 사춘기의 아이들이 중2병을 앓지는 않는다. 모든 아이들이 딱 그 나이에 그런 일반적인 행동을 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남녀를 구분 짓고 일반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의 보편적 특징이야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아이들을 설명하는 아주 작은 부분이다. 그래도 이런 단순한 구분을 하는 이유는 기준이 필요하기때문이다. 너무 다양하고 다른 아이들을 지도할 보편적인 방법을 찾아야 교육이 가능하기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고려되는 것이 연령이다. 연령에 따라 발달 정도가 비슷하니 그에 맞춰 교육과정을 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자세히 아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학년제에 문제가 있다. 아이마다 발달정도가 정말 다르고, 타고난 능력도 다르며, 환경에 따라 능력의 발형 정도의 차이도 무척 크기때문이다. 같은 해 1월생과 12월생은 같은 나이로 묶기 민망하다.


경험에 의하면 절반의 아이들은 자기 학년에 맞지 않는 아이들이다. 자기 학년보다 높은 발달과 능력을 보이는 아이와 자기 학년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섞여있다. 아이들의 발달과 능력 차이를 무시하고 학년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것이 보편적 기준이기도 하겠거니와 나이 서열문화가 여전히 강하기때문인 듯 생각한다. 좋은 뜻에서 나이는 같고 발달과 능력이 제 각각인 아이들이 어울려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무학년제가 더 합리적이다. 사회는 어차피 나이 구분없이 어울려 생활한다. 사회 생활은 같은 나이의 사람들끼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우정도 나누고 경쟁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학교 생활 역시 같이 나이로 묶기 보다는 여러 나이대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우연보다는 나이는 다르지만 각자의 속도와 능력에 맞게 어울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이가 같으면 다 친구고, 한살 많으면 다 언니와 오빠가 되며, 한살 아래면 갑자기 없던 수많은 동생이 생기는 것이 코미디같다. 요즘 시대 나이 서열은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다.




사설이 너무 길었다. 책을 읽는데 남자 아이가 좋아하는 책, 여자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따로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런 구분 자체가 너무나 단순화 시키는 것이라 말이 길어졌다.


남자 아이들의 관심사, 여자 아이들의 관심사 그리고 둘의 공통 관심사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남자아이들에게는 추천하고 여자 아이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책이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남자 아이들은 스토리가 굵직하고 사건 전개가 빠른 이야기들을 선호하고 전쟁과 탐험 이야기를 선호한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신기한 이야기에 유독 관심을 보인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우정이나 사랑을 테마로 한 이야기들을 선호한다. 남자 아이들에 비해 조금 더 섬세한 이야기를 잘 읽어내고 인물의 내면 묘사도 잘 참고 재밌게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야기 선이 굵고 사건 자체가 재밌다면 남자 아이들도 섬세한 이야기를 잘 읽어낸다.


조금 더 자세하게 책을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남자 아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책이 있다. <<빨간머리 앤>>이란 책은 여자 아이들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책이다. 책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생책을 꼽아 보라면 <<빨간머리 앤>>을 꼽는 경우가 꽤 많을만큼 여자 아이들에게는 인기있는 책이다. 그런데 난 이 책을 남자 아이들에게 권하거나 읽힌적이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인물에게 공감할 수 없다. 특히 빨간 머리 앤의 별 의미없는 엄청난 수다를 남자 아이들은 견디질 못한다. 도대체 얘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남자 아이들은 이해를 못하고 발작을 한다. 그리고 특별히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큰 사건이란 게 일어나지 않는다. 아주 소소하게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여자 아이들은 이런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품고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잘 느끼고 즐거워한다.


<<삼국지>>의 경우는 그 반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이야기인 이 책을 여자 아이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일단 왜 황제를 위해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지 공감하지 못한다. <<삼국지>>의 남자들은 오로지 자신을 알아주고 믿어주었다는 이유로 자기 목숨을 받쳐 주군을 지킨다. 그런 주군은 자식보다 그런 자신의 장수를 더 아낀다. 조자룡이 적진을 뚫고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해오자 유비는 자식때문에 내 아까운 장수를 잃을뻔했다면서 목숨걸고 구해온 아두를 땅에 던진다. 이 장면에서 여자 아이들은 어이없어 웃는다. 유비가 왜 이러는 지 모른다. 그래서 유비의 행동을 해석해주면 그래도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하지만 남자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난 <<삼국지>>를 대체로 여자 아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간혹 세상의 절반이 남자고 그런 남자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남자를 잘 이해하려면 이책을 읽는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 권하면 조금 호기심을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 있기는 하다. 그럼 읽도록 한다.


책을 굳이 남녀 구별하여 읽힐 필요는 없다. 보편적으로 남녀 모두 좋아하는 책은 거의 같다. 이야기 짜임이 정교하고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한 책,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환타지 책, 자신들이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상상력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는 책은 남녀 구분없이 아이들이 환호한다. 그러니 거기에 약간의 성별에 따른 선호도를 고려해보면 좋겠다.


남녀는 사실 유별하나 인간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다만 너무 공통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것을 봐주지 않으면 개성이 무시된다. 그러니 남녀의 서로 다른 점을 봐주고, 아이마다 다른 점을 봐주는 노력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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