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 책이 재미없어서다. 아니 조금 풀어서 표현하면 책 보다 재미있는 게 있어서다. 아니 조금 더 더 자세하게 표현하자면 책 보다 더 재밌다고 느끼는 그것은 들이는 노력이 거의 0에 가깝고, 누리는 즐거움은 100일 가능성이 높다. 책은 아무리 쉽게 읽히는 것이라도 들이는 노력이 0일 수는 없다. 들이는 노력이 10 정도인 만화부터 들이는 노력이 1000에 가까운 고전도 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각자의 심리적 저울에 들이는 노력과 책을 읽었을 때의 즐거움을 올려두고 둘의 무게를 달아본다. 아무래도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노력에 비해 적다 싶으면 아이들은 책 대신 다른 것에서 손쉽게 즐거움을 얻는 것을 선택한다. 얻는 즐거움은 100이라도, 들이는 노력이 150이라면 그 책을 누가 읽겠는가. 아이들 입장에서는 손해 나는 장사인 것이다. 특히 책을 읽어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150의 노력을 들여 책을 읽을 리 만무하다.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아이들이라고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어쩜 아이들은 자신들의 뇌가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의 뇌는 우리의 전체 에너지 중 25%를 쓴다. 크기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쓰는 기관이다. 그래서 늘 적은 노력 대비 효율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행동은 관성적으로 움직이고 변화하기 힘든 것이다.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 에너지를 덜 쓰기 때문이다. 그러니 늘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서 뇌를 쓰느니, 들이는 노력은 0에 가깝고 얻는 즐거움이 큰 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무엇이든 의지를 발휘해서 해야 하는 일은 '작심 3일'이 되고 말며, 새해 결심은 1월이 지나기도 전에 무너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대신 노력과 의지 따윈 필요는 없고 만족도 1000인 게임과 유튜브 영상 보기를 선호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니 여러모로 책을 읽는 행위는 본능적으로나 본성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또 어느 누군가는 부모가 책을 읽지 않아서 자녀가 책을 안 읽는 거라고 말한다. 아이가 책을 멀리하는 것이 부모 탓이라며 가뜩이나 부모 노릇이 몹시도 힘든 사람들에게 한껏 부담을 준다. 아~ 대한민국에서 부모 노릇하기 참 힘들다. 그래도 아이가 책을 읽기만 한다면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일까 고려도 해 볼 것이다.
정말 부모인 내가 책을 읽어야 내 아이가 책을 읽게 될까? 바쁜 일상을 쪼개서 뭐라도 읽어볼까? 아니면 적어도 아이와 공유하는 시간만이라도 읽는 척이라도 해볼까나? 그러면 아이도 내 옆으로 와 책을 읽을까? 이런 죄책감을 내포한 물음표를 달고 일단 오늘부터 당장 책을 읽는다 치자. 저녁만 되면 스마트 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부모가 어느 날 갑자기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아이는 호기심에 달려와 '뭐 하고 있냐'라고 물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옆으로 책을 가지고 와 앉는 대신 지긋이 자기 이마와 부모의 이마를 번갈아 짚어보고는 쿨하게 퇴장할 확률이 더 높다. '열도 없구먼. 왜 이러시나~'
부모가 책을 사고 읽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날 때부터 그런 부모와 살고 책으로 둘러 쌓인 환경이라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습관을 갖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런 사람일 수는 없고, 그런 사람들의 아이만 책을 읽는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온종일 아이를 위한, 아이의 부모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아이가 책 읽는 아이가 될까?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
그래야 읽는다. 그리고 꾸. 준. 히 읽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책을 읽는 것은 놀이처럼, 휴식처럼 재밌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경험시켜야 한다. 책을 읽어서 똑똑해지고 배경지식을 쌓아 수능을 잘 보게 하겠다는 계산 따위는 집어넣자. 누군가 만든 것인지도 모를 추천도서 목록에서, 어느 믿을 만한 기관에서 만든 '필독서'에서 이야기하는 어느 학년에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는 조언 따윈 잊기로 하자. 또는 내 기준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을 빌려와 반 강제적으로 권하지 말고, 그 시간에 대신 전지적 아이 시점을 길러보면 좋겠다. 내가 아이가 되면 어떤 것이 재밌을지 관점을 바꿔보자.
책을 아주 잘~ 골라야 한다. 책만 잘 골라도 절반의 성공이다. 절대원칙은 재밌어야 읽는다. 아이들의 재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알아야 한다. 책으로 가르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버릴 수 없으면 숨기기라도 해야 한다. 아이들은 살아오면 어른들의 그럴듯한 잔소리에는 질력이 나 있다. 첫 어절만 들어도 아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엄마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얘기를 할지 너무도 잘 아는 게 아이들이다. 그러니 전지적 아이 시점을 갖는 원칙 하나를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