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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와 처음 제주여행을 간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여행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지만, 이 사진을 현재의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던 점이 가장 컸다. 젊은 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두고 싶었다. 사진의 테마는 결혼이었지만, 우리는 아직 결혼식 계획이 없다. 왜냐하면, 나와 B 모두 원하는 방향의 결혼식을 하고 싶어서이다. 시간에 쫓겨서, 급하게 준비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들로 채워넣고 싶었다.
사진의 결과물은 참 좋았다. 사랑이 가득 담긴!
결과물도 좋았지만, 그 과정은 더 좋았다. B와 제주에서 사진을 찍기로 결정한 후, 나는 인터넷으로 한쪽 팔부분이 감기는 디자인의 하얀 드레스를 샀다. 고가의 샵, 렌탈 등등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나에게 더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평소에 사입는 옷 정도의 가격의 드레스로 골랐다. 스냅촬영이라서, 화장이나 옷 등등 스타일 지원업체를 통하는 것을 추천받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직접 준비하는 것을 선택했다. 몇개월 전, 플로리다 여행을 하면서 샀던 귀걸이를 끼고, 서울 어느 역 상가에서 산 하얗고 풍성한 머리끈으로 대충 머리를 묶었다. 영원히 기억에 남을만한 일은 여기에 있다. 장롱면허였던 나는 운전을 연습하고자 제주에서 렌트로 모닝을 빌렸다. 하필, B가 까먹고 국제 운전면허증을 집에 두고오는 바람에, 전적으로 내가 운전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촬영 장소를 이동할때, 드레스를 입고 내가 운전을 했는데, 그게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다. B는 “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신부야!”라면서 크게 웃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드레스를 돌돌말아넣은채 운전석에 앉은 내 모습과, 그 옆에서 빨간 넥타이를 매고 웃던 B의 모습과, 드라이브 내내 펼쳐진 예쁜 숲길과 초원, 그리고 창문으로 들어오던 바람까지. 마지막으로, 부산스럽게 흔들리던 우리의 앞머리도.
*김녕해변에서 촬영중에 저희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과 환호를 해주신 제주여행자분들께도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