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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정 Oct 19. 2023

필사적인 가족사

오월의 역에서 흔들던 엄마 손은 이별을 베꼈어요 

    

동생은 자꾸 넘어지던 아스팔트를 베끼고 언니는 작년, 참외를 심던 엄마 주먹을 베껴요. 엄마의 멀어지는 눈빛. 그 눈빛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나의 오월은 겨울을 베끼고 장미를 가뒀어요. 향기가 사라지고 밀실이 되었어요. 아빠 말은 잘근잘근 자르는 면도칼을 베끼고 혼자만의 수염이 자꾸 자라요. 오빠는 오토바이를 베껴 폭주하고 그림자를 베낀 가족들이 제 몸에 구덩이를 파고 어둠을 모아요

     

불 꺼진 방에서 잠들면 좁은 복도는 뱀을 베끼고 

복도는 자라면서 자주 허물을 벗어요  

  

내 안에 들어앉은 뱀이 꽈리를 틀고 떠나지 않아요

도망쳐도 어둠에 베껴진 내가 자꾸 지워져요  

   

필사적으로,

우리 가족은 엄마를 필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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