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성장을 위한 수행평가, 대학입시가 관건

(경기교육 18번째 이야기)

by 임태희

얼마만의 만남인가. 2009년, 노동부 장관 시절이었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전 세계가 경제 위기였고, 우리나라도 심각한 경제 침체와 실업난을 겪고 있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막막한 상황이었다. 나는 장관으로서 이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소셜벤처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우수한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고자 했다.


그 첫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청년이 바로 강성태 대표였다. 지금은 교육분야에서 잘 알려진 '공신닷컴'의 대표이다. 그가 내 사무실에 방문한다고 했을 때 어느 때보다 특별하고 반가운 만남으로 다가왔다. 최근 수행평가 문제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터라 그와 나눌 대화도 기대가 되었다.


2009년 11월, 노동부장관이었던 시절, 대상을 받은 강성대 대표에게 수상하는 모습


출처 : 머니투데이, '공부의 신' 소셜벤처대회 대상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223215


사무실에 들어온 강성태 대표는 밝은 얼굴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교육감님 덕분에 그때 대상을 받아 창업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교육사업은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시상식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학습 멘토링 하겠다던 그였다. 오랜 시간 한결같이 교육 분야에서 고민하고 노력해 온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장하다”라는 말이 툭 튀어 나왔다. 하지만 강 대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해 왔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교육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용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들이었다. 그가 교육 현장에서 보고 겪는 어려움과 내가 생각하는 교육개혁의 방향까지, 깊이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2025. 7. 강성태 대표가 사무실에 방문해 대화하는 모습


: ‘수능지옥’ 넘어 ‘수행지옥’,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최근 강 대표가 유튜브에 올린 “수행평가 폐지 청원”영상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강 대표는 2천여 개 이상의 댓글 속에 있는 “한 학기 수행평가가 50개 이상”, “평균 수면시간이 고작 4~6시간”, “수행평가 대행업체 등장” 등의 내용을 전하며 그 문제점들을 속속히 밝혔다. 특히 "이 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안 되겠다"라는 댓글은 교육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영상은 단숨에 좋아요 8천 명 이상의 공감을 얻었고,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도 약 4만 7천여 명에 이르는 등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기교육 SNS 채널의 수행평가 관련 의견도 약 1천4백여 개에 달했다. 언론 역시 '수능지옥' 대신 '수행지옥', ‘학생이 좀비가 된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 문제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경기교육 SNS 채널의 수행평가 관련 의견도 약 1천4백여 개에 달했다.


경기교육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 속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바로 정책 토론회를 준비했다. 합리적인 의견이라면 즉각 받아들이면서 현실에 맞는 변화를 만들고자 펼친 장이었다.


유튜브 발췌, 2025.7.25, YTN 라디오 출연, [슬라생] "야만적 '수행지옥' 끝장낸다" 임태희 교육감, 교육부 장관 자격 묻자.

: 수행평가 개선의 출발점, 토론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2025년 7월 21일, 학생과 학부모, 교사 및 교육전문가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행평가의 현안을 논의하는 온‧오프라인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경기교육은 그동안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여러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 왔지만,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수행평가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단순히 한 번의 형식적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지속적인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준비한 자리였다.


토론회에는 포천에서 수원까지 2시간 반을 온 학생부터 교사 학부모님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수행평가의 관심도가 현장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토론회가 시작되자마자, 참석자들은 수행평가의 과도한 부담과 스트레스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했다. 특히 과목마다 너무 많은 횟수로 치러지는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와의 중복으로 학생들의 피로도가 높고, 평가 본연의 목적이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욱이 교과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평가 방식 때문에 수행평가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위한 형식적인 평가로 전락하고, 모호한 채점 기준으로 평가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빈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의 교사들은 수행평가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지침에 막혀 있고, 평가 과정에 가정과 사교육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도 전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운영하면서 행정 업무가 과도하고, 지역 간, 학교 간 격차 문제 역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7.21. 수행평가 토른회 현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수행평가와 논술형 평가의 반영 비율을 조정해 학생의 부담을 줄이고, 교과 특성을 반영한 평가 설계와 운영이 가능하도록 교사에게 더 많은 자율권과 전문성 부여를 제안했다. 교사 평가역량 강화를 위해 충분한 연수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이러닝을 적극 활용하여 평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평가 방식을 개선하자는 주장도 공감을 얻었다. 프로젝트 활동이나 교과 간 융합활동과 연계한 평가 방식의 활성화도 제안됐다.


이날의 토론을 통해 참가자들은 수행평가의 문제점이 대학입시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수행평가만의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였다. 결국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면 대학입시 제도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리는 단순한 의견 수렴의 자리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첫걸음이자 출발점이었다. 앞으로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충분히 검토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해결책이 현장에 확실히 안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소통의 장을 열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구성원 모두가 평가의 본래 목적인 학생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공감대 위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체감할 수 있는 평가의 근본적 개선과 실효성 있는 교육 혁신을 위해, 앞으로도 경기교육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수행평가 설문조사, 교사·학생·학부모 58,100명의 생각.


경기교육은 수행평가의 개선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자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25년 7월 15일부터 22일까지 중등교사 7,140명, 학생 27,539명, 학부모 23,421명, 총 58,100명을 대상으로 수행평가의 반영 비율, 시행 횟수, 평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설문조사 제도ㆍ 정책 측면 결과


설문 결과는 의미 있는 수치였다. 수행평가 반영 비율에 대해 학생들이 가장 높은 비율인 ‘40% 이상’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2.0%로 나타났다. 나는 수행평가로 인해 학생들의 부담과 스트레스가 높으니 오히려 평가 비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학생들이 단순 암기 위주의 지필평가보다는 자신들의 창의력과 다양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행평가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었다. 이는 학생들이 수행평가 본연의 목적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였다.

수행평가의 시행 횟수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은 확실했다. 학부모의 대다수가 수행평가를 한 학기에 과목별로 ‘1회(42.5%) 또는 2회(41.6%)’ 수준으로 축소하여 학생의 부담을 줄이길 희망했다.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부담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운영과 실천 측면에서는 교사들이 교과의 특성을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38.8%). 학생들은 특히 논술형 평가(27.4%), 실험 및 탐구(23.4%), 포트폴리오(20.1%)와 같은 유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수행평가의 횟수와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으며(33.9%), 과제형 및 암기 중심의 수행평가를 줄이고(25.2%), 평가 이후 피드백을 강화(19.7%)하여 학생들이 평가를 통해 진정한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과 환경 측면에서도 교사들은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 우수 사례와 자료 공유 체계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았으며(37.5%), 학부모를 위한 평가 관련 연수(16.7%), 교과연구회 및 협의체 지원(13.1%)을 통해 평가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현장에서의 실천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제시한 의견은 수행평가의 본래 목적과 의미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자료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토론회를 마치며.

수행평가, 대학입시 개혁이 관건이다.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을 지나 3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의견을 경청했고, 토론이 끝난 후 메모해 두었던 내용들을 전하고자 했다.


2025.7.21. 3시간이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내용들을 모두 경청하며 정리하는 모습


이날 많은 의견들이 오갔지만, 대부분 참석자들이 수행평가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수행평가를 더 이상 부담과 스트레스가 아닌 학생의 성장을 도와주는 의미 있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수행평가에 대한 불만과 회의감이 여전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학생들이 수행평가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다. 대입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학교 차원의 노력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 우리가 직면한 교육 문제의 핵심에는 항상 대입 제도가 있다. 평가의 본질을 회복하고, 수행평가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평가 공정성 문제가 계속해서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도 결국 대학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학생들은 수행평가 하나하나의 결과가 대학 진학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려면 평가를 단순히 성적을 매기는 수단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과 학습에 대한 진단과 처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경기교육은 이미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의 모든 학습 데이터가 하이러닝 플랫폼에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한다. 물론 평가의 최종 결정은 여전히 교사가 내리지만, AI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유용한 객관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이러닝 플랫폼은 데이터 축적 능력과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교육이 이 시스템의 표준 모델을 만들어 가고.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평가원 등 관계 기관과의 협력도 더욱 긴밀히 추진할 것이다.


아울러,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생활기록부 관리나 서·논술형 평가의 채점도 하이러닝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과 연수를 지원하는 '하이코칭'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공무직 급여 업무를 포함한 학교 행정 업무 역시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간소화하여 교사들이 본연의 교육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기초 학력 위에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암기 위주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돕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은 빠르게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대학과 교육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하여 대학입시 제도의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까지 이끌어내고자 한다.


토론회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모습


: 경기교육, 수행평가 재구조화 추진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평가 부담을 줄이고, 학교와 교사의 평가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행평가를 재구조화하고 현장 중심의 유연한 평가 운영을 추진한다.


특히 2026학년도 중학교 1학년부터는 지필평가에서 서·논술형 평가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AI 기반의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여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수준에 맞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교사는 채점 부담을 덜어 수업과 학생 지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하이러닝 플랫폼 등 디지털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평가의 질을 높이고, 교원의 평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수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경기교육은 공정하고 신뢰받는 평가관리 체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이 실질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모두의 문제.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도록.

그동안 수행평가의 문제를 논의하면서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평가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대학입시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교육은 학생들이 평가를 통해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경험하고, 교사와 학부모가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믿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학입시 개혁과 평가체제 개편을 함께 추진할 것이다.

모두가 문제라고 느끼고 있는 이 일을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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