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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사회를 넘어서

세르주 라투슈

by 닭죽

어제,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더미 속에서 주웠습니다. 전혀 모르는 책이었지만 알라딘 어플로 바코드를 찍어보니 매입가 1,200원으로 찍힙니다.


땡잡았습니다.


가져가 팔아도 이득이고, 읽어도 이득입니다. 100쪽 조금 넘는 작은 책이기에 읽기에 양이 부담되진 않았습니다. 어려운 말들이 조금 나오는 것 같았지만 취할 것만 취하고 흘려보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책을 펼쳤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말들은 흘려보내고 남은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적습니다.


책에는 '진부화'란 말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계획적 진부화'가 책에서 다루는 중심 단어였습니다.


진부화가 뭔가요? 진부한 거랑 비슷한 말인가 싶었는데요.


책을 읽다 보니 대충 느낌으로 알게 됩니다.


'계획된 진부화'란 일부러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켜서 생산과 소비를 늘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국립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고 위키백과에 설명되어 있기를,


진부화 (obsolescence)는 상태가 정상이고 여전히 정상 동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건, 서비스, 관행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거나 강등시킬 때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고 합니다.


휴대폰은 왜 2년 as 기간이 끝나면 고장 나는 걸까.

우리 어머니는 다리미, 믹서기를 사십 년도 넘게 쓰는데 왜 나는 10년을 쓰는 물건이 없을까.

옛날 물건들은 써도 써도 고장도 잘 안 나고, 고장 나도 부품만 갈면 되었는데 요새 제품은 왜 고장도 잘 나고 고치기도 쉽지 않은가.

나사만 해도 요새 물건들은 힘을 세게 주어 돌리면 나사가 갈려버립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물건들은 나사가 어찌나 단단한지 제 힘으로 갈아버리는 건 어림도 없습니다.


물건은 오래 쓰는 게 좋고, 아끼고 절약하고 고쳐 쓰는 게 좋은 건데 왜 많은 물건들이 새로 사는 게 고치는 것보다 싼가.


이런 의문들에 대해 생산자들이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그게 바로 '계획된 진부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세태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제안을 하고요.



책의 기본적인 전제는 이미 세상은 '낭비 사회'라는 겁니다. 사회가 낭비 사회라서 그렇다. 그래야 사회가, 세상이 굴러가기 때문이다. 생산을 해야 소비를 할 수 있고, 소비를 해야 생산을 하며 사회가 굴러가며, 소비를 늘리고, 생산을 늘리기 위해 낭비를 조장하는 사회가 되었다.


사람들이 낭비를 하면 할수록, 물건을 소비하게 되고, 그만큼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집니다. 우리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낭비하는 사람들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이 그럭저럭 굴러가는 체계를 계속 유지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일단 지구가 얼마나 받아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매주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작은 산이 되어 쌓이는 플라스틱 더미들, 홍수처럼 범람하는 쓰레기들을 지구에 얼마나 묻고 태울 수 있을 것이며,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희소한 자원들을 얼마나 더 채굴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불안감을 느낍니다.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단순히 낭비를 줄이자, 물건을 재활용하고 오래 쓰자. 자원을 아끼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아끼고 절약해도 경제가 돌아갈 수 있을까.

전 지구적으로 낭비를 최소화하고 아끼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일까 이런 의문이 듭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절약하고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여버리면, 그게 어느 정도 이상을 넘어서면 사회에 이상을 일으키진 않을까.


저축은 저 개인에게 있어서 미래를 대비하는 좋은 수단인데 (물론 현재에 약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사회 시스템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돈을 쓰고 하고 낭비도 하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사시는 분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요?


기초보장제도가 젊을 때 아낌없이 쓰고 자신의 노후를 대비 안 한 사람을 보장해 주는 게 옳은가, 내 세금이 저리 쓰이는 게 아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런 낭비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의 미래를 생각 안 하고 저축 안 하고 돈 써주신 분들 덕분에 사회가 번영해 왔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결론으로 책 읽고 얻은 걸 요약해야겠습니다.


일단 책을 읽고 '진부화(obsolescence)'란 단어를 배웠고, '낭비'와 '저축'에 대한 다른 시각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1,200원.


커피값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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