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접적이고 비언어적인 표현은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1. 간접적이고 비언어적인 표현은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1) 저맥락 문화 세대의 출현.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지, 부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지를 질문하면 의외로 부서 직원(후배)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계층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막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언의의 문화 차이입니다. 현재의 조직에는 동양식 고맥락 문화(High Context)와 서양식 저맥락 문화(Low Context)가 강력히 충돌하면서 두 가지 언어가 혼용되고 있습니다.
상사들이 익숙한 고맥락 문화는 동양의 전통 화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회 문화적 맥락에 따라 의미를 암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간접적이고 비언어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에어컨을 틀어주길 바랄 때 ‘여기 좀 덥지 않나요?’라고 말하거나 부채질을 하는 식입니다.
반면, 저맥락 문화는 서양식 화법으로, 직접적이고 언어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좀 더운데. 에어컨을 틀어줄 수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특징은 ‘낮은 고맥락의 해독력’입니다. 동양적인 고맥락 문화를 해독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쉽게 말하자면 눈치가 더럽게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일을 처리했지만, 이제는 개떡같이 얘기하면 진짜로 개떡같이 해 옵니다.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언어가 아닌 것, 예를 들면 뉘앙스, 눈치, 기색 등을 언어랍시고 전달하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납니다. 한쪽은 분명히 얘기했는데 한쪽은 전혀 들은 바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원하는 게 있으면 분명하고 정확한 언어로 얘기해야 합니다. 암묵적 신호로 전달하고 상대방이 알아듣기를 기대하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상호 관계에서 혼선이 일어납니다.
(2)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단어는 없습니다. 똑같은 단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기 마련인데, 이걸 ‘언어의 임의성(arbitrary of language)’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아름답다’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의미는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누구는 자연을 떠올리고, 누구는 정교한 디자인을 떠올리죠. 또 ‘자연이 아름답다’라고 하더라도 누구는 멋진 날씨를 떠올리고, 누구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떠올립니다. 즉, 같은 단어이지만 같은 단어가 아닌 셈입니다.
상대방은 내가 아는 걸 모릅니다.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걸 상대방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을 의미합니다. 이런 생각은 일터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킵니다. 특히, 나보다 경험이 부족한 직원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 나도 예전에 몰랐듯이 말입니다. 올챙이였을 적 생각 못하면 소통 오류가 생깁니다. 예전에는 상사들이 대충대충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비교적 값쌌기 때문입니다. 1차로 적당히 설명하면 직원이 30~50% 수준으로 해 오고, 2차로 수정 지시하면 70% 수준, 3차 지시 후 90%로 해 오는 게 전형적인 업무 패턴이었습니다. 막판에 오타 정도를 수정해 100%로 만든 후 가져갔습니다. 이제는 4차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무척 비싸졌습니다. 게다가 이런 지시 방식은 젊은 직원들의 의욕을 꺾고 지시자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예전에는 모호한 지시가 일반적이어서 다들 참았지만, 요즘은 속으로 반발합니다.
‘왜 처음부터 똑바로 말하지 않아서 쓸데없이 여러 번 하게 만들지? 방향을 똑바로 말할 수 없을 만큼 무능한 사람을 만났나 봐. 자기도 모르니까 대충 얘기하고 가잖아.’하고 생각합니다. 처음 지시할 때부터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하면 시간과 평판 모두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상사에게 너무 많이 말을 하고, 후배 직원에게는 너무 적게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업무 요청은 디테일하게, 이게 매너입니다.
기획팀이나 재무팀, 인사팀 같은 총괄 부서에서 일하다 보면 다른 부서나 계열사에 업무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괄 부서의 성격상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업무 요청을 받은 담당자는 죽을 맛입니다. 공지를 보낼 때마다 원성이 자자합니다. 요청 사항이 까다로워도 혹은 간단한 업무여도 비난이 빗발칩니다. 짜증의 표적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담당자의 반응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송구형’입니다. 두 번째는 ‘흑화형’입니다. 몇 번 고충을 겪은 후 어둠의 세력(?)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앞에서 욕을 먹느냐, 뒤에서 욕을 먹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욕을 먹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총괄 부서에서 자료 요청을 하면서 디테일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실무 부서는 혼돈에 빠집니다.
다른 부서에 요청할 때 담당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서비스는 정보를 가능한 한 자세하게 주는 것입니다. 3W(왜, 무엇을, 언제까지) 1H(어떻게)로 요청하세요. 상대방에게 친절하고 꼼꼼하다는 인상을 줄 뿐 아니라, 요청하는 사람 역시 원하는 걸 정확히 얻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4)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더 단순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일의 언어에서 ‘단순함과 정확성’은 가장 중요한 특징인데, , 텍스트로 하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난도가 가장 높습니다. 맥락 정보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뉘앙스나 표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힌트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훨씬 더 정확하게 표현해야 의도를 제대로 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해서 정확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① 커뮤니케이션 시차를 고려해서 완결형으로 말하세요.
② 상대방이 궁금한 게 없도록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우리의 목표는 짧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단순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겁니다.
③ 가짜 대답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모호한 답변을 하면 결국 또다시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④ ‘지시와 의견’, ‘느낌과 요청’을 뒤섞지 마세요. 상대방은 혼란스러워합니다.
⑤ 소제목, 볼드(굵은 활자체) 표시 등으로 可讀性을 높여주세요.
⑥ 수신인 지정에 정답은 없지만, 권장 사항은 있습니다. 수신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넣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파트너 직원과 직속 상사(의사 결정권자)는 참조로 넣는 게 좋습니다. 부서 대 부서로 업무 요청을 할 때는 직속 상사를 참조로 꼭 넣어야 합니다.
⑦ ‘참조’와 ‘보고’를 구분합니다. ‘보고’는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라는 의미이고, ‘참조’는 ‘알면 괜찮을 내용입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참조’는 혹시 안 읽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전제로 합니다.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중요한 내용이면 ‘참조’로만 보내선 부족합니다. 중요한 내용이면 다시 정리해서 보고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메일을 포워드해서 ‘[의사결정 필요] 첨부된 메일 참조해 주세요’라는 시그널이라도 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