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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당 May 27. 2022

장미 축제

수요일 아침, 아내와 나는 교대역에 내려 동해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 선 청년이 달리기에 우리도 무심코 함께 뛰어갔었다~ㅎ)

아침 7:38분 태화강행 전철을 타려고 200m를 질주했으나 놓치고 말았다. 다음 전철을 탔지만, 빈자리가 있어 앉아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5월의 붉은 장미가 예쁘게 피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장미 축제가 있는지를 몰랐다.


2주 전 코로나 확진이 된 죄로 황매산 철쭉을 보러 가지 못하였기에, 나는 울산 대공원 장미 축제를 인터넷에서 기꺼이 찾아내어 지금 떠나고 있다.


사실 오래전 개통된 부전-태화강 간의 전철을 꼭 한번 타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송정, 오시리아를 지나니 시외 느낌이다. 기장역에서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내렸다.


일광신도시를 지나니 양쪽이 산과 숲이다. 원자력병원의 좌천, 햇빛에 반짝이는 임랑 바다와 카페, 방갈로가 지척에서 가장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간간이 터널을 지나지만 푸른 숲과 산을 헤치며 달리는 열차는 도심에서 보다 훨씬 시원함이 느껴진다.


익숙하게 들어본 작은 마을 서생 남창을 거쳐 망양 덕하 개운포를 지나니 긴 굴뚝과 저장용 탱크의 큰 공장들이 나타났다.


마침내 종점인 태화강역에 들어섰다. 교대역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쯤이 걸렸다.


역 아래로 내려와 울산 대공원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여러 번 왔지만 아직은 호기심이 많은 도시이다.


버스에서 보는 풍경은 넓고 편하다. 공업탑 대관람차가 보이고, 길과 사람들, 건물 등에서 색다른 질감이 느껴진다. 새로운 도시를 체험한다.


대공원 정문에서 버스를 내렸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호수, 유럽풍의 풍차가 보이고 길은 넓고 숲이 많아 쾌적하다.


우리는 축제가 열리는 남문 장미원으로 걸어갔다. 더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장미원 앞에서 입장료를 받는데 나는 경로 우대로 무료란다. 올해는 전철도 그렇고 공짜 인생이 많아진다.


아내는 '흔해 빠진 장미가 뭐 볼거리

있겠냐며' 돈을 받는다고 투덜거린다.


'아니, 꽃이 좋아서 오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작은 입장료에 불평을 말하다니~'

정말 알 수 없는 게 여심이다.ㅎ


장미처럼 풋풋한 5월의 젊은 연인들이 싱그럽다. 내 또래 늙은 부부의 사진을 찍어주는 아가씨의 마음이 장미꽃처럼 예쁘다.


나는 장미꽃 색깔이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게 되었다. 장미꽃이 수백만 송이는 될 것처럼 화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즐겨 부른 '백만 송이 장미' 노래가 떠올랐다. 원작 모델 조지아의 화가처럼 사랑하는 공주에게 장미 일만 송이를 선물하듯 나 역시 아내에게 이 화원을 선사한 셈이 아닐는지!


우리는 맨 위 그늘 벤치에 앉아 고구마와 에너지바와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꽃밭 사이를 다니는 관람객을 바라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꽃보다 훨씬 아름다운 풍경이다.

 

연인과 부부, 친구 등 남녀노소가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장미꽃 색깔만큼 다양한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 행복하게 보였다.

(우리 모두 꽃이 되고 싶어 지리라!)


우리는 더위에도 동문까지 약 3km의 길을 산책했다. 곳곳에 벤치와 평상이 놓여있어 쉬어가기도 좋다. 맨드라미와 들국화 꽃밭도 좋고, 호숫가 노란 창포꽃, 연꽃도 멋지다.


오솔길과 메타 스퀘아 숲길도 걸어보았고

작은 폭포 옆으로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오늘 이 공원을 완전 정복한 셈이다.


대공원을 나오니 점심때가 되었다. 정문 앞 손님 가득한 식당 '주산지'에서 가자미조림을 먹었으며 식대는 내가 계산하였다.

(막걸리 한잔 하는 걸 더위에 잊어 먹어 버렸다.ㅎ)


우리는 노란색 시내버스를 다시 타고 태화강역으로 향했다. 넓고 깔끔한 낯선 도시의 풍경과 외지에 온 느낌은 여행의 설렘을 더해 주기에 충분했다.


부산으로 전철을 타고 되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바다 구경은 한번 해야지!" 하며 우리는 푸른 바다와 원자력 발전소가 희뿌옇게 보이는 월내역에 내렸다.


등대와 고깃배가 보였지만 강한 바람과 햇살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편의점에서 얼음 붕어빵과 환타를 사서 마신 후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


꿈과 청춘의 시절 교외선을 타고 떠났던 바로 그 추억 어린 기차여행의 느낌이었다.


앞으로, 외롭다거나, 바다가 보고 싶어 질 때면 주저 없이 이 태화강행 전철을 타고 떠나리라.

아내 모르게 일광이나 월내에 내려 한 며칠간 잠적도 해 보리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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