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도 괜찮지만, 사랑이 아주 사라진건 아니었다
오늘 수희는 오랜만에 ‘남자사람’ 이라는 다른 디엔에이를 가진 사람과의 저녁약속에 은근한 설램이 있었다.
연애를 하지 않은 지 어언 반년, 철없던 마지막 연애 이후로 그녀의 마음엔 잠시 사랑이 쉬어가고 있었다.
주책맞게도, “내 사랑은 이제 없어” 라며 다짐했지만, 솔직히 말해 수희는 아직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녀의 나이 서른다섯.
누군가에겐 아직 무엇이든 시작할수 있는 젊은 나이이고 , 또 누군가에겐 인생의 방향을 정해가야 할 어른의 시기다. 수희도 어느덧 올해로 서른다섯이 되었다.
이 시간이 고등학교때는 스무살때는 이렇게 금방 훅 올지 몰랐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가정’ 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수희는 부러움 반, 혼란 반, 그리고 기특한 마음까지, 복잡한 감정에 자주 휩싸이곤 했다.
수희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주에서 싱글라이프를 살고 있다. 차마 즐기며 산다고는 할수 없는게 그녀의 마지막 데이트가 언제였는가.
사실 한국이였다면 수희는 ’혼자사는것도 나쁘지 않을거같은데?‘ 라는 종종 생각을 하다보니 연애라는게 없어서 죽을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고향이 그립고, 힘들때 함께 이 시간을 버텨줄 소울메이트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 혹은 일-집-일-집으로 굴러가는 이 루틴속에서, 잠깐 매운맛을 느끼게 해줄 도파민 같은 감정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수희는 그러면서 데이팅 관련 프로그램은 일절 보지 않는 그런 여자였다.
참으로 아이러니 했다. 사랑은 원하지만 이게 정말 사랑을 원하는건가? 라고 그녀 조차도 어떨때는 마음이 오락가락 했다.
커리어와 인간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단단해져 가는데, 왜 사랑만은 여전히 미성숙한 걸까.
해외라는 낯선 땅에 혼자 나온 사람들은 하나둘 짝을 찾아가던데, 수희의 친구 ‘미희’도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미희는 싱글을 벗어난 지 2년, 연애 초반 미희는 수희에게 늘 데이팅 앱을 추천하던 장본인이었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자)인 수희는 몇 번 앱을 켰다가도 금세 귀찮아져서 삭제하고는 했다.
무엇보다 좁디좁은 밴쿠버, 그 작은 앱 안에서 지인을 만날까 두려운 것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희는 벌써 캐나다 생활 15년 차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밤.
웅웅거리며 울리는 휴대폰 진동.
수희는 갸우뚱 거리며 익숙하다는듯이 말을 내뱉는다.
“전화 올 사람이 없을텐데?” 수희는 휴대폰을 들어 올린다.
발신자, 미희.
“여보세요? 어, 미희야? 웬일이야?”
“수희야~ 요즘 어떻게 지내?”
평소와는 다르게 통화를 건 미희의 목소리에서 뭔가 냄새를 맡은 수희.
바로 직감이 왔다.
“뭐야~ 나야 늘 똑같이 지내지. 근데 너 갑자기 전화한 거 보니까 뭔 일 있는 거 아니야?”
역시나, 눈치 백 단.
미희는 피식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수희는 못 속이겠다 진짜. 역시 한국인답게 바로 본론으로 가네. 아직 싱글이지?”
그 말에 심장이 콩, 하고 튀었다.
수희는 조용히 대답했다.
“응. 여전히 그때 그 상태에서 ‘싱글’이라는 타이틀 못 벗어났지. 싱글입니다~”
그러자 미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개팅을 제안했다.
“우리 오빠 친구 중 한 명인데, 너보다 두 살 많고, 커리어도 나름 탄탄하대!
원래 xxx라는 큰 기업 알지? 거기 다니다가 지금은 스타트업 창업해서 꽤 잘 나가고 있더라고.
아직 싱글이라길래 너 생각나서 바로 오빠한테 물어봤지~ 잘했지?”
기분 좋게 웃는 미희가 귀여워 수희도 슬쩍 맞장구를 쳐줬고, 그렇게 저녁 약속이 잡혔다.
금요일. 직장인들의 행복 버튼이 눌리는 바로 그날,
둘 다 시간이 비어 있다는 운명 같은 타이밍에
소개팅은 초고속으로 성사되었다.
설레는 마음 한편으론,
“이게 맞는 걸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 -
*밴쿠버,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픽션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