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고로도치
머릿속이 현미경 초점 쏘듯
눈앞 한 점으로만 점점 말라간다.
오늘의 초점은
통장이 아니라
살아남은 네 마음 한 점짜리 크리스마스 선물.
아침에 눈을 뜨자, 창밖이 흐릿했다..
유리창 너머 도로 위로
안개가 스미듯 몸을 감싸 올라온다.
가로등, 전봇대,
멀리 스쳐가는 자동차 꼬리빛까지…
모두 반쯤 지워진,
우뚝 선 곧은 연필선 같았다.
나는 잠깐이 아니라 꽤 오래 서서
그 희끄무레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바로 앞만 보게 생긴 하루구나…’
오늘도 그런 생각이 스친다.
안개가 걷히지 않는 날엔
시야가 조금 더 어두워진다.
머릿속이 현미경 초점 쏘듯
눈앞 한 점으로만 점점 말라간다.
오늘의 초점은
통장이 아니라....
살아남은 네 마음 한 점짜리 크리스마스 선물.
글 · 이미지 ⓒ 디오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