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거운 치수
이상하리만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기식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몸은 거기 있고, 마음은 여기 있는, 한 발 늦게 도착하는 것 같다. 나는 나를 둘러싼 것들을 치수를 재는 재단사가 된다. 오늘의 나는 내 치수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딘가 헐겁고, 낯선 거절감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그 와중에 손목둘레는 왜 얇아졌나, 나는 가끔씩… 나를 잘 모르겠다. 설명이 안 된다.
이 순간도 규정지으려고 했던 것을 만 개의 보라색이 뒤엉켜도 피지 않는 게 있는데요.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붙들고 이음새를 찾고 있다. 붙들면 붙들수록 손바닥에 남는 건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시간 사이에 생기는 얇은 틈 같은 것들이 몰아치는데, 유리벽 너머의 백화점 직원들의 가냘픈 미소에도 한가로움은 없고, 고요한 빌딩숲에서 실패에 대해서 회상을 해 본다. 웃음은 웃음의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쉬는 숨은 없는 걸까. 나는 그 웃음이 지나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나는 가고 있어요.’
10시 전후의 시간들은 유난히 분주했다. 문이 열리고, 에스컬레이터가 사람을 맞이하고, 유리벽이 빛을 반사하고, 바닥은 반듯한 광택으로 발소리를 더 크게 만든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 맞춰 움직이는데, 나만 잠깐 연결이 끊긴 것 같다. 내가 웃는지, 웃는 척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래도 나는 살폈다. 바쁜 것들의 윤곽을… 기계처럼 돌아가는 친절의 리듬을. 그리고 그 틈 사이에, 나라는 사람의 이음새를. 잃어버린 시간은 어딨 고, 어디부터 고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태산을 바라지 않았는데도, 부채감이 먼저 자리를 차지한다. 바쁜 움직임 속에서 나는 아직 이륙하지 못한 상황을 문지르듯 바라본다. 웅웅 거림만 귓등 밖으로 흐른다. 어디서 들리는 뱃고동 소리인가.
‘아니야, 이건 심장 박동 소리야…’
비워 내지도 잘라 내지도 못한 채 그냥 하염없이. 늘그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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