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나는 12월 십몇 일쯤 세상에 나올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때의 어머니는 늘 불안했다고 한다. 언니가 태어나지 못했던 1년 전의 아픔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에, 나의 탄생은 부모님의 큰 기쁨이었다.
큰 기쁨과는 달리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런 물음이 마음을 어둡게 덮던 시절이 있었다. 되돌아보면, 내 생일이 있었기에 버텼던 시기였다. 내 생일은 크리스마스다. 그래서 아버지는 나를 낳았을 때, 기독교 친구분들에게 한턱 쏘았다고 했다. 딸을 낳았음에도 말이다.
90년대 시기에도 남아 선호사상이 여전해서, 첫 돌 때 돌잔치를 집에서 유난 떨며 했던 걸, 친할머니는 못마땅해하셨다고 했다. 못마땅해하는 그 마음을 시장 사람들에게 험담 아닌 험담으로 흘려보냈다고 한다.
나는 요즘 철학으로부터 내가 가진 고민들을 하루하루 수행 중이다. 사실 태어나는 것도 고통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제 그 고통이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누군가의 불안과 기대, 누군가의 기쁨과 두려움이 뒤섞인 그 마음속에서 나는 세상에 나왔다. 그 모든 감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불교 공부를 하며 조금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태어남의 고통을 미워하기보다 그 안의 연민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태어난 것이 고통이라면, 그 고통을 견디며 살아내는 일은 사랑에 더 가깝다고. 그래서 이제는, 내 생일부터 기꺼이 감내하며 사랑하기로 했다. 올해는 내 생일을 스스로 축하해볼 생각이다. 누가 해주지 않아도, 내 생일을 기념하는 작은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