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회고록
초등학교 동창을 오랜만에 만났다. 서울에서 1년 반 만의 만남이었다. 서로의 가정사정을 알고 있고, 힘든 순간에도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안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지만, 그런 관계가 이제 익숙해졌다.
밤 11시쯤, 연락이 너무 늦었나 싶어 미안했는데 친구는 묻지 않았다. “왜 이제 연락했어?” 대신 “무슨 일 있어?”였다. 정말 힘들지 않으면 내색하지 않는 나였지만, 그날은 만나기 전, 브런치에 쓴 내 글을 메신저로 먼저 건넸다. 친구는 그랬구나 위로를 하였다. 그 순간, 말보다 글이 더 솔직할 수 있다는 걸 나도 느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가장 힘들 때 친구는 커리어적으로 잘 풀리고 있었다. 그 사실이 묘하게 느껴졌다.
친구의 안정을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게 무슨 모순된 감정일까.
그러다 읽은 책 한 구절이 마음에 걸렸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의 성공이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그 말이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친구는 사랑의 실패를 겪은 후, 그 시간을 통과하며 단단해졌다고 했다. 운동을 하고, 일에 몰두하며 자신을 다시 세웠다고. 사랑이 친구를 부수지 않고, 오히려 다듬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는 사회생활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그땐 진짜 버티는 게 다였어.” 한 직장에서 15년 넘게 버틴 세월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좋은 기회를 잡은 건 운이 아니야. 너의 꾸준함과 성실함 덕분이야.”
그 말을 하면서, 나 역시 꾸준함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안다. 어렸을 땐 몰랐다. 멀어지고, 서운하고, 질투가 스쳤던 그 감정 속에서도 낭비되는 우정은 없다는 걸. 내적으로 건강한 마음을 지닌 친구가 자랑스럽다. 힘든 시간을 지나며 스스로를 다듬어온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니, 단단함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느낀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내 마음의 형태를 닦아가며 성장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