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WATNEUNGA Mar 12. 2023

봄소식

#구례 산수유마을 #봄꽃 #시작 #혼자 걷기 여행

어제 봄소식을 알리는 첫 꽃,

산수유를 보고 왔습니다.

20여 년 전에 한 번 가본 적 있지만

그동안 3월 초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이고

많은 인파에 정체에 주차에 생각만 해도 피곤해져서 주말엔 집에서 쉬는 쪽을 늘 택했었죠.


아침 수영을 하고 나오는 길에 따스한 햇살과 공기가 너무 좋아서 차 내비를 켰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첫 꽃소식,

구례 산수유 마을이 생각났습니다.

오랫동안 가보고 싶어도 가지 못한 그곳을

혼자니까 부담 없이 날씨도 좋고^^

여행의 크나큰 즐거움 중 하나는 휴게소!

2년째 19kg 감량을 유지하고 있는터라 평소에는 잘 먹지 못하는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라면을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먹는 게

제 여행 루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왠지 오늘은 김치우동이 맛있어보여 무인주문기에 주문하고 결제했는데 식권이 나오자마자

“띵동”

바로 나오지 뭡니까!

너무 빨리 나와서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에잇, 늘 하던 대로 라면 시킬 걸’

라고 후회하며 한 젓가락 후루룩 넣었는데

아니 이게 웬일? 너무 맛있는데!

탱글탱글한 면발이 입안 가득 아삭한 김치와 씹히는 맛이 나름 괜찮았습니다.

김치우동을 후루룩 먹고 지역특산물인 순창발효커피를 마시며 바로 옆 지역특산품 판매매장에서 간식거리도 사고,

혼자 여행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구례화엄사 IC를 빠져나오고 바로 차가 밀리기 시작하더군요.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아무 생각 없이 내비를 찍고 왔는데

3월 11일부터 3월 19일까지 산수유 축제라네요!

그 축제 첫날 왔으니ㅠㅠ

전국에서 첫 봄꽃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도로는 행사장 주차장 몇 킬로 전부터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정체된 차에서 느릿느릿 가는데 도로와 주변엔 벌써 노란 산수유나무가 가득 만개해 너무 예쁘게 피어 있더군요.

행사장 입구에 줄지어선 행렬에서 빠져나와 오른쪽 작은 반대편 도로로 다시 달려 정체가 시작되기 전에 있는 숲길 골목 한편에 차를 주차했습니다.


이 멋진 산수유 가로수길을

정체된 차 안에서만 보기 너무 아까워서.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샛노란 봄꽃과 마을 풍경을 멀리서 보며

사람들이 차 안에서 놓친

멋진 풍경을 음미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걸었는데 아직 주차장도 못 가고 목도 마르고 걷다 보니 더워져서 초입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산수유마을에 왔으니 커피 대신 산수유꿀차!


인심 좋으신 사장님이 산수유 초콜릿도^^

산수유꿀차는 살짝 신맛도 나면서

상큼한 맛이 오~~~^^

맛이 좋아 금방 마셔버렸는데 남은 얼음이 아까웠습니다.

“이 잔에다 커피 주세요. “

산수유맛이 살짝 나는 커피도 다시 걸으며 맛나게 마셨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원래 산수유마을은

20여 년 전과는 너무 분위기가 달라져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아마도 축제행사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박자에 디스코 트로트메들리 소리,

입구의 현대식 건물과 공사 중인 황량한 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야 하는 혼잡하고 시끄러운 상황이

이전에 고즈넉하고 단아했던 운치 있는 산수유마을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멀~~~ 리 차를 세우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걸어오지 않았더라면


몇 시간씩 차 안에서

정체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앞차 브레이크등이 꺼지기를

앞으로 나가기만 기다렸다면


사람들이 줄지어 가는 방향으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함께 휩쓸려

꾸며놓은 풍경만 휙 둘러보고 왔더라면


그랬더라면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을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멀고

세네 시간 걸어서 다리도 아팠지만

멀리 떨어진 내차까지 끝없이 늘어선

밀려 있는 차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습니다.


‘걷길 잘했네!‘

저와 함께 걸어온 이 길 어떠셨나요?

오늘은 봄비가 내립니다. 산수유를 시작으로 봄꽃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겠네요. 그럼 또 함께 걸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