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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Oct 13. 2021

세계 최고 미인

[학교이야기 08] #마음의 눈으로 보기 #초등학교 입학식 날


"선생님은 세계 최고 미인이에요."


1학년 입학식 날, 강당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에 모인 후 장샘은 선포하듯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다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1등을 뭐라고 하죠? '최고'라고 하죠.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한 명 밖에 없으니 1등이고, 제일 예쁜 '세계 최고 미인'이에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세계 최고 미남, 미녀랍니다. 모두 소중하고 귀하답니다. 세상에 한 명밖에 없으니 서로 다르게 생긴 건 당연하겠죠? 그러니 얼굴이나 생김새 보면서 놀리면 안됩니다. 서로 귀하게 생각해야 해요."


입학식 이후 진수는 자기는 세계 최고 미남이라며 늘 멋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부를 때마다 "세계 최고 미남 진수"처럼 이름 앞에 그 수식어를 붙여 주셨다.

어느 날, 집에 놀러 온 미인대회 출신 이모가 물었다.


"진수야, 이모랑 선생님 중에 누가 더 예뻐?"


진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이모도 예쁜데 우리 선생님도 예뻐."


내가 보기엔 장만옥 선생님은 나이도 동생보다 많고, 몸무게도 70킬로 넘으셔서 통통한 체구에, 눈엔 쌍꺼풀도 없으셔서 아무리 봐도 진수 이모보다 예뻐 보이진 않았는데 진수의 대답이 참 의외였다. 물어본 이모가 서운하다는 듯이 진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진수는 이모가 더 예쁘다고 다시 말해주지 않았다.


선생님이 진수 눈에는 진짜 세계 최고 미인으로 보이나 보다. 아이들은 마음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교육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학생 이름은 가명을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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