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읽기
어떤 고통은, 특별히 더 강렬해서 멍해지는 순간을 만든다. 어떤 작가들은 더없이 폭력적인 세상을 숨죽이며 기고 온몸 할퀴어 가며 뛰는 삶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 세상에 죽은 귀신이 출몰하고 도깨비불이 날고 세상이 뒤집혀도 충격과 슬픔은 분명하다.
그저 다른 차원에서 관망하면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내가 배운 사건에 저런 세부 사항이 있었네, 가슴 아프네, 정도가 아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서, 내가 그 시간과 공간에 살지 않아서, 저 정도의 불운을 용케 피해서 다행이라는 건, 비슷하게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눈동자에 반사되어 찍힌 글자들은 돌돌 말린 두루마리가 풀리며 하나의 세계로 비친다. 눈으로 검은 글씨를, 손끝으로 책장을 집고 있지만 무아지경으로 몰입될 때, 그 안에서 누군가 절망적으로 무기력할 때,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 살아 춤출 때, 진공이 생긴다. 잠깐 멍해지고 느낄 수 없는 통각이 느껴진다.
이걸 공감의 한 부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이해는 어떨까. 분명 마음 어딘가가 조금 허물어졌고 휘어졌다고 느낀다. 타인의 고통이 완전히 내 것처럼은 아니지만, 바로 내 옆의 내 앞의 내 뒤의 고통처럼 여겨진다.
어떤 작품과 작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커버사진 출처 : PIXABAY 무료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