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우려고 시작한 수영인데...

# 수영 한 달 차, 내 운동신경이 생각보다 더 처참할 때

by 무재

수영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되었다.

즐거워지려고 시작했다. 물에서만은 내 몸이 자유롭고 멋있었으면 좋겠기에, 여름 휴양지에서 더 안전하고 재밌게 놀고 싶어서 배우는 건데, 몸이 영 안 따라 주니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첫 주에 숨쉬기만 했을 만큼 차근차근 느린 진도 속에 이제 겨우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는데 나만 안 나가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한 번에 레일 끝까지 가고 강사의 지시를 곧장 따라 하는데, 내 다리와 엉덩이는 절반도 못 가 가라앉는다. 다리에 힘을 빼고, 발목을 쭉 펴지 말고, 발차기를 할 때는 허벅지를 움직여서 등등의 말은 몸에 흡수되지 않고 동작을 의식할수록 머릿속이 엉킨다. 다리를 신경 쓰다 보면 호흡이 엉망이 되고 호흡과 자세를 어떻게 해야지 되뇌는 동안 하체는 꼬르륵 빠진다.

왕초보 유아 풀에서도 1단계 레인에만 4~5명이 수업을 듣고, 유아 풀 전체 초보들을 가르치는 한 명의 강사에게 개개인의 맞춤 교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못 따라가는 것 같으니 벌써 스트레스고 계속 끝내지 못하는 숙제를 붙든 듯, 아직 풀도 다 뜯지 못하고 소화도 안 됐는데 목동에게 몰려가는 양이 된 기분이다. 뭐든 잘해야 재밌는 게 맞다.


보폭을 맞춰보려 수영 관련 카페 글이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기초 강습 영상을 뒤적여 보는데, 몸이 체득할 때까지 내 운동능력은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그 속에는 나같이 우는 소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정도다. 한 달이 돼가도록 다리가 도무지 안 뜨고 원활한 숨쉬기와 발차기의 콤비가 안 되고, 힘이 도저히 안 빠진다는 사람이 전국에는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세상에 늘 이렇게 뭐가 안 되는 사람이 많은 건 위로가 되지만 물론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다시 처음을 생각해야 할 거 같다.

어차피 사람마다 조건과 속도가 다르다는 점. 올림픽 나갈 거 아니고 수영 강사로 전직할 계획도 없다는 점. 지역 대회 메달 딸 거 아니고 어디서 대양을 횡단하라는 은밀한 임무를 받은 것도 아니고 이건 순전히 나의 즐거움만을 위한 시작이었다는 점을 말이다. 뻣뻣한 몸뚱어리의 작은 성취를 위해서, 물개처럼 유영하며 파란 세상 안에서 안락함이란 걸 느껴보고 싶어서 수영을 배울 뿐이다. 본 대로 들은 대로 몸이 조정하는 게 어려워서 쉽게 의기소침해지지만 그럴수록 이 단순한 목표를 떠올리려고 한다.

어느 순간 내 몸이 깨달음을 얻고 문득 힘들이지 않고도 앞으로 뻗어 나가는 감각을 기다리면서. 그저 재밌으려고 하는 건데 천천히 하면 어때, 한 달이 몇 달이 되고 또 일 년이 되면 앞의 문장을 내 몸으로 실천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그러면 지금의 스트레스는 기억도 안 날 텐데 하면서. 그때에도 유아 풀 초반 레인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니겠지?


*커버사진 출처 : PIXABAY 무료이미지 사용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혐의 없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