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 동네 산책

by 무재

이제 동네의 거리에도 하얀 물결이 인다. 마른 몸통과 가지 위로 연분홍의 풍성한 머리가 살래살래 흔들린다.

봄은 아주 가는 실타래들의 춤이다. 채도 낮은 초록 실이 발목께에 흔들리고 점점이 검은 곤충들이 흙을 긁으며 삐뚤빼뚤 선을 그린다. 온기를 품은 봄꽃 색은 사선으로 흩날린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사방으로 뛰는 동네 아이들처럼. 아직은 가늘고 옅은 실들이 쏟아져 나와 조용히 춤추는 계절이다.

직박구리와 참새는 벚꽃을 꺾어 던지고 나비들이 조팝나무 사이를 유영한다. 결실의 계절과는 다른 가만가만하고 나긋한 축제. 우리도 이제 느려진 속도로 걸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수줍게 북돋우며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김금희 작가 소설을 읽다가 '야앵'이란 단어를 알게 됐다. 밤에 벚꽃을 구경하며 노는 일. 봄의 타래는 밤에도 사람들을 휘감아서 우리는 보랏빛 그늘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조금쯤 취한 채로. 반은 행복하고 반은 왠지 슬픈 채로, 또는 약간의 기대와 체념이 뒤섞인 채로.

늘 그런 봄의 환한 한낮과 무상한 밤이 있었다. 한결같은 계절에 각기 다른 사람과 비슷비슷한 기분이 있는 게 이상하다. 그렇지만 찰나의 따스함 속에 여전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어떠한 결말과 종말도 예감하지 않고 그냥 오늘, 내일, 모레 누군가를 만나고 홀로 걷는 일은 이 자체로 완성된 단편 같다.


*커버사진 출처 : PIXABAY 무료이미지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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