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저 - 노나 페르난데스
내가 아는 장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험. 당시엔 무지한 채 스쳤던 거리, 건물, 상징, 희비극의 기억 같은 것. 이것은 꽤 흔한 경험이고 여지없이 그 장소로 다시 한번 나를 데려간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천체 관측이 이뤄지는 곳 중 하나라는 아타카마로, 사막을 떠나기 위해 잠시 스쳤던, 치안이 다소 좋지 않다는 사람들의 의견 한 줄만이 인상의 전부였던 칼라마로.
이사벨 아옌데의 대표 3부작을 읽었을 때 피노체트 정권하 역사가 우리와도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저 낭만적인 감상만을 느꼈던 사막 어딘가에서 26명이 죽었고, 그 몸의 조각을 찾아 많은 사람이 초원과 사막을 뒤졌고, 45년 후 별로써 죽은 이들을 기렸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게 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일 수는 없다. 2024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지,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는지' 묻는 뭉클한 수상 소감을 들은 우리들에겐. 한겨울 한파 속에서 그것을 몸으로 겪은 우리에겐 더더욱.
가늠할 수 없는 긴 시간 끝에 내가 지금 위로받는 저 밤하늘이 반짝인다는 사실은, 아주 먼 옛날의 빛이 현재를 비춰준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만을 바라보는 우리를 설명해 준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습관처럼 돌아가는 고개를 어루만져 준다.
"과거의 빛이 현재에 자리 잡아 무시무시한 어둠을 등대처럼 밝혀준다."
"과거로부터 온 생명력이 은밀하게 우리를 움직여, 우리 자신의 이해를 넘어선 존재로 변모시킨다. 우리는 불가사의한 과정과 시간 없는 시간을 계승하고, 예견할 수 없는 흐름의 논리를 은연중에 상속한다. 이 모든 과거의 경험,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심연의 경험은 우리 몸의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유산처럼 지니고 다니며, 매일 실행한다. 알든 모르든 인정하든 아니든, 그 덕분에 우리는 아침에 깨어난다. 그 덕분에 우리는 걷고 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울고, 소리 지르고, 먹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저 위에 빛나는 것이 우리의 반영이라는 은밀한 직관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알지 못한 채 물려받은 그 모든 경험 덕분에 우리는 태초의 폭발로 우리의 일부가 무한의 와중에 흩뿌려졌다는, 그리고 여전히 흩어진 채 남아 있다는 의혹을 품고 살아간다. 어둠을 뚫고 빛나는 그 한 조각 속에 우리가 수 세기 동안 품어온 답이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깨진 거울, 폐지 더미처럼 쌓이는 하루하루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주워 간직할지, 무엇을 파쇄기에 넣거나 빗자루로 쓸어버릴지는 한 개인의 보잘것없는 역사에도, 그 보잘것없음이 모여 하나의 행성이 되는 거시의 역사에도 중요하다. 우리는 쉽게 허무에 굴복하고 허위에 속아 넘어가고 허상에 무릎 꿇지만, 그럼에도 기억은 끈질기고 수십 년간 흙을 파헤치는 손들처럼 집요하고 과거로부터 온 별은 낮이고 밤이고 우리 위에 떠
있으므로 모든 게 잊히지는 않는다. 다행히도. 모든 게 사건의 지평선에 갇혀버리진 않을 것이다. 무엇 하나라도 목격하는 한은. 그리고 그런 기억은 서로서로의 꼬리를 밧줄로 묶여 우리가 누구인지를 더 생생히 알게 만든다.
"우리 몸 어딘가에 닻을 내렸던 슬픔이 풀려나왔다.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는 공통된 감정,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 우리는 다른 물고기와 꼬리가 묶인 물고기일 뿐임을 납득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었다. 우리를 묶는 밧줄이 우리를 지키는 부적이다. 우리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속한 무리를 결코 잊지 않기 위해 그것을 지니고 다닌다."
* 노나 페르난데스 <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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