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3
반복되는 일상이 사실 자연스러운 게 아닐지 모른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지만 그 먹고살기 위한 행위가 꼭 지루한 반복일 필요는 없잖아. 교묘히 짜인 판 위의 말 같은 이 느낌을, 모든 건 원래 그런 거라는 패배주의적 인식을 왜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까? 왜 다들 저렇게 열심인 걸까.
태양빛에 눈 뜨고 본성에 내맡겨 살아가던 태초의 우리도, 것도 다 먹고살기 위함이었는데, 매번 같은 길로만 가지는 않았을 거다. 날씨에 따라, 매일매일의 미묘한 상황과 냄새의 변화를 감지하며 이리저리로 발길 돌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늘 비슷한 느낌과 거기서 거기인 생각만을 하는 내가 당연한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어, 말하는 네가 자연스럽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지겨워 타령이 더 지겹다고 하는 이들이나 그렇게 계속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오늘 길을 튼다면 어떻게 될까. 의식의 스위치를 켜지 않고도 내리게 되는 역을 문득 지나친다면, 낯선 나를 보게 될 곳으로 사라진다면. 그다음은? 그럼에도 뻔하게 되돌아올까, 예측 못할 장이 펼쳐질까, 궁금하다. 그래서 결국 또, 지겹게도, 떠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터미널과 기차역에 끌리게 된다. 모두가 생경한 장소의 냄새를 풍기는 곳에선 머묾이 더 낯선 단어가 되니까. 그게 꼭 우리의 본질인 것만 같으니까.
우리는 이미 정착을 택하고 그 안정을 신뢰하지만 늘 한편에선 달아날 준비를 한다. 더 멀고 낯설지만 결국은 익숙한 법칙으로 배열될 한 번도 안 가본 곳으로 가길 꿈꾼다. 결국 뻔한 결말,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데? 하는 비아냥에도 그 배열의 과정을 목격해야만 알 것 같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