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척, ~하는 체

# 허울이 형태를 띠도록

by 무재

유명인의 인터뷰나 자기 계발에 관한 토막글에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척'이 필요하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좋은 습관이란 대체로 수고스럽고 인내심을 요하며 재미까지 없을 가능성이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는 멋진 나라는 상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꾸역꾸역 몸을 움직여 어려운 동작을 해내는 나의 자태,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이타심으로 해내는 행위와 그런 내가 기특한 마음, 지적 허영심이건 뭐건 문화 세계를 넓히려는 나, 순전히 남을 의식한 좋은 태도, 언어, 겉모습. 그리고 거기에 약간은 취한 내가 더해져야 꾸역꾸역 이 그럭저럭 한 루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절로 눈이 감기게 지루해도 참고 보고, 무슨 말인가 싶으면서도 읽어 나가고, 실은 첫 발을 떼는 아이 같은 심정으로 나와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서, 어디 가서 좀 젠체하는 것이다. 어디 갈 것 없이 그런 스스로에게 우쭐대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이런 모습들이 참 꼴불견이라 생각하면서도 척하는 게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늘 솔직함을 미덕으로 우러러보았지만 완전히 솔직한 느낌이 발가벗은 듯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꽤나 멀쩡한 척, 개념 있는 척, 속사정이 있는 척, 깔끔을 떨고 허울을 걸치며 살아왔다. 나를 속인다는 작은 죄책감과 실은 별 것 아닌 실체가 언제든 까발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함께 껴입은 채로 말이다.

우습다 생각했던 수많은 '척'들이 그래도 나은 삶과 사람이 되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위안이 된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합리화 같지만 실제의 나보다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려는 마음이, 실제의 내 이기심을 누르고 좀 더 착한척하려는 행동이, 지적허영심이, 그것도 계속 밀고 나가다 보면 뭐 하나는 찜찜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형태 없는 '척'에 뼈와 살을 붙여 진짜 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습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 멋진 나를 상상하고 싶어 진다. 내가 바라는 나를 계속해서 덧 그리고 싶어 진다. 그런 척하는 가식일 뿐이라도 그 가식이 흐릿한 내 실체에 윤곽을 부여하는 펜이 되도록 활용하고 싶은 의지가 샘솟는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가 바라는 이상형의 모습을 닮아 갈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커버사진 출처 : PIXABAY 무료이미지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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