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데없는 것은 없다.
누군가는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쓴다. 어쩌면 평생 전시될 리 없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이해받지 못할 것을 수집하고 쓸데없는 것을 배운다. 지극히 사소하거나 자신과 전혀 무관한 사건을 궁금해한다. 오직 그만을 위해, 그만의 방에만 존재할 물건을 쌓는다. 돈이 되지도 않고 세상을 위한 일도 아닌 이 무용은 그렇지만 한 사람이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거창한 것이 아닌 자잘한 끄적거림. 내가 열지 못할 문을 두드리고, 결국 되지 못한 이상의 옷자락 그 끄트머리라도 잡고 있는 것. 그런 일이 때로는 누군가를 살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개별적인 나를 만든다. 우리는 모두 엇비슷하지만, 한편으로 개별성을 갈망하는 존재이므로. 이 취향과 경험이 실은 백 퍼센트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해도, 나만 할 것 같은 은밀한 생각과 창의적인 계획이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 해도, 그렇다는 마음과 변칙적인 혜성의 궤도를 상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이든 오랜 학습의 결과이든, 내면의 말장난 혹은 조언이든 원하는 것을 듣고 보고 수집하는 것이 무용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스스로에게 가장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은 그 자신 뿐이고 사람들의 관심은 짧으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자책도 웃긴 일이다.
자기만의 방이 결국 유행처럼 비슷한 톤의 벽지와 침구로 보여도 자세히 보면 각자의 배열을 가졌을 것이다. 작은 서랍을 열었을 때, 그 안에 담긴 물건은 다채로울 것이고 저마다의 방문을 열었을 때의 냄새가 그가 누구라고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 밤의 고요 속에서 스탠드 불빛을 낮게 밝히고 가만히 내 방을 보고 있으면, 잊었던 나, 부정했던 내가 선연히 회복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용한 행동과 습관과 모음은 무용한 것이 될 수 없다.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내 몸, 내 걸음걸이, 내 눈빛을 빚는다(외면이란 사실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인간은 내면과 내면과 내면이 파문처럼 퍼지는 형상이고, 가장 바깥에 있는 내면이 외면이 되는 것일 뿐. 외모에 관한 칭찬이 곧잘 허무해지며 진실로 칭찬이 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 다음 나의 내면이 다시금 바깥을 가만히 보는 것이다. 작고 무르지만, 일단 눈에 담고 나면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단단한 세계를. - 한정원 <시와 산책 - 산책이 시가 될 때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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