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고립

# 1인 가구로 사는 일

by 무재

혼자 지내는 일상은 편안하지만 때로 불안하다. 혼자인 일상은 안락하고 단정하지만 이게 맞나 싶은 의문을 달고 온다. 통계는 세상의 절반 혹은 이 시대엔 그 이상이 혼자인 삶을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과 기대는 한 세대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혼자라는 건 역시 불안정하고 도태된 삶이라는 인식 말이다. 결국 고독은 고립과 동의어라는 것. 그래서 늦은 밤에 낮에는 들리지 않던 소음이 벽을 타고 윙윙거릴 때, 혼몽한 아침에, 어떤 좌절감이, 뿌리 깊은 의문이 스멀스멀 팔을 타고 올라온다. 너는 잘살고 있는 게 맞느냐고, 이게 네가 원한 삶이 맞는 것이냐고. 사회가 은밀히 기대하고 예측하는 바대로 쓸쓸하고 별것 없는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나는 꽤 괜찮은 일상을 영위하고 가끔은 스스로가 대견하거나 멋지기까지 한데도 그런 의문은 잊지 않고 온다.

어쩌면 혼자인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관계와 방식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오래 말하지 않는 단어가 하나 둘 소멸하듯이, 긴 시간 교류 없던 관계 앞에서 처음인 듯 뚝딱이듯이. 이건 말하자면 책의 다음 페이지에서 일시에 분위기가 바뀌는 전개 같은 것이다. 복선도 없이 반전이 시작되는 영화이거나.


안도와 압박감, 동요와 차분함, 안심과 불안처럼 혼자 사는 일상은 두 개의 반의어를 수시로 동반하는 느낌이다. 나는 누구보다 독립적인 인간이지만 그 독립성은 네 능력 결여의 증거라는 시선 하나에 추락할 수도 있는 인간이다. 나는 내가 꽤 단단하리라 믿지만 세상엔 그보다 더 단단한 연장이 차고 넘치고 실은 이 단단함이 소금 결정이거나 설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니 수많은 자기 확신은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도.

혼자 일구는 일상은 물론 즐겁다. 소소한 성취가 있고 가장 크게는 내 기질과 성향에도 들어맞는 일이다. 꼬꼬마 시절부터 자기만의 방을 갈구한 사람에게 마침내 그것을 얻었을 때의 해방감이란, 안락함이란. 나라는 불확실성을 형태로 드러내 주는 방의 꾸밈과 배치를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런 자유 뒤에 마치 쌍둥이처럼 고립이 있다. 그게 꼭 나쁘다거나 무엇 하나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두 쌍둥이를 양손에 잡고 걷지만, 사실은 하나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미운 쪽을 스스럼없이 놓을 수도 없다. 내 일상이 내 의지로만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무섭기도 하다. 단순해진 외로움을 만지작거리다가도 왜 누군가 다가오면 두려운지도, 사람들이 궁금하고 알고 싶고 섞이고 싶다가도 왜 약속이 깨지면 안도하는 것인지도.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은 무척 가늘고 모호하며,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가 늘 분명하거나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두 상태가 늘 배타적인 것도 아니다. 고독은, 내 경험상, 자칫하면 미끄러지는 경사로다. 처음에는 안락하게 느껴지지만, 종종 아무런 경고도 자각도 없이 훨씬 더 어두운 것으로 변신할 수 있는 상태다." -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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