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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23.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41)

요관 / 제일 좋아하는 며느리 / 우리 집 작은 새

7월 5일

# 요관


날씨는 30 도를 웃돌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에어컨이 없어 여름에는 무척 덥다. 독일에는 에어컨 장치가 되어 있는 집이 그때만 해도 거의 없었다. 30 도정도의 날씨엔 방안에 있으면 찌는 듯이 더워 견딜 수가 없다. 시아버지는 비닐로 된 기저귀를 언제나 차고 있으니 가랑이에 알레르기가 생겨 주치의사가 항상 침대에서 사는 사람을 위해서 배꼽 밑에 구멍을 뚫고 관을 넣어 소변이 그 관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관 끝에 달린 투명한 봉지에 차 게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이 달고 있는 요관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다. 시아버지는 병원차에 실려 의사한테 가 그 간단한 수술을 받고 즉시 집으로 왔다. 몸속에 들은 작은 풍선이 그관 {호수 같은 것}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해 주지만 몇 주 지나 소변석이 생겨 그 관이 막히면 소변이 관을 통해서 나오지 못하고 기저귀가 다시 젖게 된다. 어쨌든 소변이 제대로 봉지에 차게 되면 의외로 기저귀는 뽀송뽀송하게 말라있고 냄새도 나지 않아 누구에게나 권장하고 싶은 방법이다.

 의사가 오주나 육 주마다 와서 새것으로 갈아준다. 


7월 6일

# 제일 좋아하는 며느리

  

시아버지: "엘리! 오늘 당신 일 벌써 다 끝마쳤어요?"
엘리 할머니: "아니 지금부터 일을 시작할 거예요"

일을 끝 마치고 나서.  

엘리 할머니: "오늘 내가 몇 시간 일했는지 다 적었어요?"
시아버지: "그럼 그것도 전부 곱절{배}로 적었지요"

우선 적어 놓았으니 당장은 돈을 주지 않아도 되고, 그것도 전부 곱절로 적었으니 후하게 쳐준다는 인상을 주게 하는 멋진 핑계가 아닌가? 돈을 주지는 않더라도 말이라도 예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큰 병든 사람이 이렇게 외교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은 우리 시아버지 빼고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나: "내가 누구예요?"
시아버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며느리"
나: "당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버지고요"
시아버지: "그러려면 나 애를 많이 써야겠네"

지금처럼 내 도움을 받으면서 내게 맘에 들을 일을 하기란 힘들 것 같단 얘기인 것 같다. 



# 우리 집 작은 새


우리가 아버지에게 음식을 먹이면 아버지의 입은 더없이 커지고 입은 숟갈이나 포크를 따라가 갓난아이들이나 새끼 새들을 연상하게 한다. 새끼 새들이 어른 새가 먹을 것을 줄 때 받아먹으려고 힘껏 벌린 입을 무엇이 들어올 때까지 줄곧 열고 있듯이 아버지는 먹을 것을 보면 입을 벌려서 받아먹을 준비를 하고 행여 음식이 떨어져 시간이 걸리면 못 기다리겠다는 듯이 연신 입을 우리 손 가는 대로 움직여서 앤디는 자기 아버지를 우리 집의 '작은 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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