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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30.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50)

식욕은 먹다 보면 생기는 법

8월 10일

# 식욕은 먹다 보면 생기는 법


잠이 덜 깼는지 오늘은 음식 담긴 접시를 보고 시큰둥하다. 병든 시아버지답지 않게 말이다.

시아버지는 호박 감자 양파 당근을 넣고 내가 만든 한국식 부침을 무척 좋아한다. 시아버지가 건강할 때 한국 부침에 한국 피자란 이름을 붙였다. 잘게 먹기 좋게 네모나게 썰어서 입에 넣자 그다음부터는 오른손으로 집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나: "식욕이 없는 줄 알았는데 벌써 식사를 다 했어요?"
시아버지: "응, 식욕은 먹다 보면 생기는 법이니까 (텅 빈 접시를 바라다보며) 유감스럽게도 벌써 접시가 비었어, 나는 음식을 너무 빨리 먹어 탈이야!" 
나: "그럼 왜 그렇게 빨리 드세요?"
시아버지: "내가 천천히 먹으면 내가 다 먹기도 전에 접시를 뺏아 갈까 봐 겁이 나거든"
나: "아휴! 걱정도 팔자네요. 그런 걱정 말고 천천히 드세요"
시아버지: "너는 착한 여자야!"
나: "당신도 많이 착해졌죠. 당신이 옛날에 어땠는지 기억이 나요?"
시아버지: "기억나고 말고, 내가 너네들을 아주 못 살게 했지"

시아버지에게 오는 간호원들은 가비, 페트라 그리고 나 빼고도 엘리 할머니가 시중을 들고 있다. 그리고 가비나 페트라가 휴가를 가면 크리스티아나, 마리온 등의 간호원이 대신 오곤 한다. 그러니 시아버지는 여자들의 도움이 없인 살 수가 없다. 

나: "우리 아버지, 여자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좋겠네요. 모든 여자들이 당신에게 잘 대해 주죠?"
시아버지: "그 여자들 다 필요 없어 , 차라리 건강한 게 낫겠어!"
나: "저도 필요 없나요?"
시아버지: "너는 필요해, 네가 없으면 누가 음식을 만들라고!"
시아버지는 발음이 나빠져 아들 '앤디'를 '애디'라고 부른다. 
시아버지: "애디 애디"
나: "왜 애디는 불러요?"
시아버지: "나도 모르겠어"
나: "그럼, 제가 누군지는 아세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며느리죠?"
시아버지: "나 몰라 몰라"
나: "제가 누군지도 모르면 실망했어요"
시아버지: "상관없어"
나: "저 기옥이잖아요?"
시아버지: "알고 있었어"
나 : "그럼 왜 모른다고 하셨어요?"
시아버지: "어쩌면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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