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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Jan 06.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56)

시아버지를 감동준 얘기 / 우리 집에 성난 사자

12월 20일

# 시아버지를 감동준 얘기


나: "{손을 만지며} 당신 손이 차네요"
시아버지: "나 서서히 죽어 가고 있거든"
나: "우리 아버지 참 똑똑해요. 항상 상황에 맞는 말을 그렇게 재밌게 즉시즉시 하니까요"
시아버지: "너네들 내 돈 갖고 뭔가 마음에 드는 것을 사도록 해"
앤디: "아 기옥이 뭘 사줄까요?"
시아버지: "응 뭐든, 비싼 걸로"
나: "우리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예요! 옛날에도 그렇고 지금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최고의 시아버지라고요!"
시아버지: "나 너희들한테 즐거움이 되는 뭔가를 하고 싶거든"
나: "당신 변하지 말고 항상 그렇게 살도록 해요"
시아버지: "{훌쩍이며} 고마워!"

그러고 나서 나는 99유로 주고 검은 감색으로 된 따뜻한 코트를 샀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시아버지 방에 들어가서 그 코트를 입어 보이며 당신 돈으로 이 옷을 샀노라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패션쇼를 했다. 그러자 시아버지는 너무 기뻐 한숨을 깊게 쉬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사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어떤 때는 이렇게 간단한 것인데 생각이 못 미쳐 그냥 지나치기가 일수다.  



# 우리 집에 성난 사자


우리는 우리 집 아이 아니 아버지에게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느라 아이들을 대하듯이 쉽고 사소한 것들을 가르쳐 주고 따라 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기분이 좋을 때 윙크를 하라고 하면 어린아이들처럼 두 눈을 꼭 감고 윙크를 한다. 아이들이나 아이가 된 노인네들은 한쪽 눈만 감는 것이 힘든 모양이다. 두 눈을 감고 깜빡깜빡하면 애기들이 윙크할 때처럼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좋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좋다는 표시를 하게 하면 본인도 재미있다고 웃는다. 내가 거울을 보여주고 설교를 한 이후로 가끔 자연스럽게 웃는다. 내가 놓은 주사가 듣는 것 같다. 

언어장애로 인해 점점 말수가 적어졌고 말소리도 작아졌고 발음도 나빠져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화가 났거나 우리가 쓸데없이 한 가지 질문을 더했다 싶으면 큰소리로 갑자기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를 야단친다. 사람이 화가 나면 우리말의 능력이 좋아지는가 보다. 우리 친구 중에 러시아에서 온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독일 여자가 있는데 자기 남편이 문법에 맞게 제일 독일어를 잘할 때가 부부싸움할 때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화가 나거나 싸울 때 지지 않으려고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가? 감정의 기복이 심해 우리는 매우 조심을 해야 하는데 사소한 것으로 화를 내기가 일쑤여서 동물사육사가 사자를 다루듯이 조심하지 않으면 어떤 때는 시아버지의 머리카락이 전기코드에 꽂혀 세워진 양 우리에게 표효한다. 그럴 땐 우리의 온몸에 전율이 날만큼 놀래서 우리는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듯이 아버지가 병이 든 이후로 그렇게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아버지를 필요 이상으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남편 앤디는 경계선까지 가면서 아버지를 약을 올려 시아버지는 자기 아들만 보면 으르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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