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 30일, 6월의 마지막 날, 2024년의 상반기 마무리라니! 하루하루는 참 긴데 일주일, 한 달은 빠른 느낌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요즘에는 글 쓰는 일이 점차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있고, 그래서 월말에 황급히 창을 열어 뭐라도 써보려고 노력해보는 중이다. 한 달에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인데 3년째 그조차 쉽지 않은 것을 보니,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일 외로 무엇인가를 꾸준하고 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상반기의 마무리겸, 연초에 잡았던 나의 목표를 돌아보려고 한다.
작년부터 계속 밀고 있는 나의 키워드는 '건강'이고, 구체적으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 설정한 첫번째 미션은 꾸준한 운동, 운동을 취미로 만들기 프로젝트(가칭)가 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것이 2022년 1월경이었으니, 깨작깨작이라도 지속한 것도 어언 3년차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꾸준히 못했던 나날들에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작년 3월에 끊었던 100회 100만원 12개월짜리 필라테스도 횟수 소진을 다 못해서 기간을 세달째 연장했고 그럼에도 여전히 주 2회도 겨우겨우 가고 있는 수준이다. 좋게 말하면 운동에 취미라곤 전혀 없던 내가 하나의 종목을 계속 지속했다는 것 자체로도 큰 성과인데, 나쁘게 말하면 주2회씩만 했어도 100회 소진했을텐데 그조차 못했던 것이니 운동에 두는 나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후순위였다는 것이기에 뭐랄까 뿌듯하면서도 불만족스러운 양가적인 감정이다. 필라테스 외로 두번째 미션은 멀어진 출퇴근길 덕분이기도 하지만 '걷기'가 있는데, 매일 열심히 만보걷기를 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평일에는 8천보이상은 걷는 것 같다. 손목닥터9988도 하고, 토스 만보걷기도 하고, 라이프플래닛 걷기미션도 해서 쏠쏠한 앱테크도 해보는 중이다. 9월 초즈음에 필라테스 기간이 끝나면 재결제를 하게 될지 새로운 운동을 찾게 될지 아직 미정이지만, 무엇이든 운동은 계속 해야 할 것 같고 하고 싶은 마음이다. 머리가 시끄럽거나 기분이 안 좋은 날에도 선생님의 디렉션을 받으며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하고 정해진 초수와 횟수만큼 버티기를 하다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컨디션이 조금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은 인생에서 운동에 대해 거의 처음 갖는 긍정적 감정인 것 같다. 학교 체육 시간에 많이 접하는 '경쟁적 팀스포츠'에 대해서는 이겨야 할 것 같고 팀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과 승부욕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리 호감이 없었는데, 요가,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하면서는 타인보다는 내 몸의 근육과 반응에 집중하게 되어 내게 필요한 채움을 주는 것 같아서 나한테 맞는 운동이라고 느꼈다. 나는 은은한 존재감 정도에 만족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필라테스 수업을 할 때도 너무 텐션이 높고 말이 많고 내게 과하게 친밀하게 다가오는 선생님 수업에는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워 피하게 되고, 오면 눈빛으로 나를 알아봐주지만 많은 말을 걸지 않고 수업에 집중해주시는 선생님 수업을 선호한다. 모두가 있는 그룹수업에서 큰 목소리로 내가 잘한다고 칭찬하는 선생님보다는 은근히 내 옆에 와서 살짝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선생님이 더 편안하고 좋다. 팀스포츠보다는 정적이지만 개별적으로 나의 몸의 느낌에 관심을 기울이며 내 몸과 만나고 친해지는 시간이 좋다.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설정한 첫번째 카테고리가 바로 '기록'이다. 나는 워낙 혼자 머릿 속이 시끄럽고 걱정과 불안이 많은 스타일이라서 담아두지 말고 일기나 블로그(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쏟아내고 풀어내자는 의미가 있고, 더해서 스쳐지나가고 잊혀지는 나의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서 나중에도 나의 성장과정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겨있다. 그래서 세부적으로는 업무일지도 쓰고, 한달에 한 편 이상 글을 업로드하고, 한달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자 했다. 인풋만 있으면 금방 휘발되기도 하고 정리가 안되고 쌓이기만 해서 복잡해질 수 있고, 아웃풋만 있으면 금방 소진되고 글의 소재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풋과 아웃풋이 적당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독서와 기록을 병행하고 싶은 마음이다. 2024년 상반기에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얼추 지켜내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읽었고, 5편의 글을 썼다. 두 번째 카테고리는 '상담'으로, 글로 풀어내는 것이 기록이라면 상담은 말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초심상담자로서 상담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내담자로서 상담을 받는 경험도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매년 상담을 받는 내담경험을 해나가고자 노력중이다. 또 상담자로서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우선되어야 내담자에게 무해하고 나아가 유익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결핍과 약점에 대해서도 직면하고 수용하려고 노력중이다. 소진교원 상담을 받게 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또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에 개봉한 인사이드아웃2 영화를 봤는데, 그래도 내가 많이 심리적으로 편안해졌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볼 때 나는 특히 철들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는 청소년 캐릭터가 나오면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해서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느꼈었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는 스파이더맨인데, 어린 스파이더맨이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돌발행동을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장면을 보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고 스킵해서 넘어가고 싶을만큼 밉고 싫은 감정이 휘몰아쳤었다. 그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이런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같이 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유독 그렇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 내 안의 무엇인가 역동이 있구나' 생각했었다. 나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반발심이나 화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억압하는 것이 거의 자동적인 바르고 착한 아이였기에, 마음껏 감정을 표출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화가 났던 것 같다. 인사이드아웃1에서 슬픔이가 자꾸 구슬을 파랗게 물들이고 엉엉 울면서 쳐질 때도 답답하고 화가 났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이드아웃2를 보면서는 화가 나지 않았다. 이제는, 부정적인 감정들도 다 역할이 있고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일까. 때로는 슬픔이 더 위로가 되고, 화가 나를 지켜주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너무 나를 보는 것 같았던 '불안이'에 대해서도 예전이었다면 눈을 질끈 감고 보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잘하고 싶어서 지나치게 애를 쓰는 불안이가 안쓰럽고 짠하게 느껴졌다. 조금은 바보같이 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주인공 라일리에 대해서도 예전처럼 화가 나기보다는, 예전의 내 모습도 떠오르면서 '아 정말 혼란스럽고 힘들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내 마음의 변화가 신선하고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머릿속 콘솔을 주도하는 감정은 '불안'(anxiety)이다. 여전히 나는 걱정이 많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을 되감기하고 replay하면서 괴로워하기도 한다. 특히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 올해에는 불안이 더 많이 작동하는 것도 같다. 학교에 있을 때는 언제 위험한 사안이 터질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었다면, 이동하고 난 직후에는 새로운 인간관계와 업무들 사이에서 내가 실수하거나 소외될까봐 불안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유튜브에서 인사이드아웃2 영화 리뷰 영상을 보다가 영화에서 기쁨이(joy)가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건가 봐. 기쁨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라고 하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다는 사실에 좀 슬프고 아련했다. 그리고 라일리의 엄마, 아빠 머릿속 콘솔을 주도하는 감정은 더이상 기쁨이 아니라 각각 슬픔이(sadness)와 버럭이(anger)인 것을 보면서 어른이 될수록 부정적인 감정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고 그래서 그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가가 인생사에서 정말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청소년기를 휘저어 놓았던 불안이(anxiety)는 엄마아빠의 콘솔에 없고 등장해도 아주 가끔 오랜만에 나타난다는 포인트를 보면서 나도 좀 더 나이가 들면 불안이 덜해지고 안정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살짝 가질 수 있었다. 또다른 영상에서 라일리의 엄마와 아빠가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라일리를 사랑으로 돌보아주었음에도 라일리는 엄마 아빠의 말하지 않은 부정적 감정들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낀다는 포인트를 들으면서, 내가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사람인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뭘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나를, 내 감정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중이다. 내 감정을 잘 알고 모든 감정들이 내게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어른이 되어야,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말로만이 아니라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잠재적인 방식으로도 일관되게 감정에 대한 수용과 공감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이드아웃2 영화리뷰 영상)
https://youtu.be/wktEjbfaW2w?si=7aL4OY2TxYfW50X5
https://youtu.be/c8yWvVFMEMI?si=CUfNSONov6UJajo2
이 외로 조금 더 신경쓰고 싶은 것은 먹는 것인데, 카페인과 알코올을 줄이고 물을 많이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카페인을 통해 각성시키고 알코올을 통해 이완시키는 방법은 편리하고 효과가 빠르지만,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라고 느낀다. 지나치게 매운 음식도 피하고 건강한 식사도 즐겨하고 싶다. 먹는 것에 따라 몸이 무겁기도 하고 가벼워지기도 하기에, 몸에 좋은 음식을 자주 챙겨먹으면 좋겠다. 다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행복감도 포기할 수는 없기에 때때로는 좋아하는 자극적인 음식도 먹지만 그 빈도를 줄여서 먹을 때 더 기쁘고 맛있게 먹으면 좋겠다. 빠르고 정신없이 굴러가는 현대사회이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slow'가 필요한 것 같다고 느낀다.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골고루 좋은 음식을 통해 영양소와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 내 몸을 단련하고 땀을 흘려서 체력을 가꾸는 것, 직접 쓰고 말하면서 나의 감정을 피하지말고 마주하고 제대로 느끼는 것 같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될 것들이 많다. 그래도 나를 돌보는 일이기에 소홀히 하지 않고 0순위 우선순위로 가져가고 싶은 키워드이다. 건강을 위해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참 어렵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냈을 때 돌아오는 보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의 건강'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건강'은 나아가 나의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타인을 바꾸려는 마음일랑 접는 편이 좋다. 나를 바꾸는 일만이 가능할 뿐. 내가 먼저 건강한 어른이 되어, 흔들리고 휘청이는 아이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