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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미쌤 Oct 15. 2021

누괜잘반-1

내가 상담을 하면서 자주 쓰는 말도 ‘고궁미인’처럼 멋지게 줄여보고 싶었는데 누괜잘반이라니,, 쉽지 않다. 그래도 보다보면 정감가는 표현이 되리라,,, 


‘누괜잘반’은 누구라도 그랬을거야, 괜찮아 울어도 돼, 잘했어, 반가워 네가지 표현의 줄임말이다. 



우선 “누구라도 그랬을거야”라는 표현부터 알아보자. 이 표현은 정상화를 위한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상담학 사전에서 정의하는 정상화(nomalizing)란 ‘어떠한 문제나 사건을 특정한 상황이나 흐름 속에서 일반적인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상담실에 와서 자신의 문제를 확대하거나 파국적으로 오해석하여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고 정신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결론을 내릴 때 정상화가 필요하다. 그 상황에 놓여있었더라면 너가 아니라 누구였어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라는 말. 아이가 이야기하는 힘들었던 감정은 수용해주되, 아이의 생각의 결론에 대해서는 반박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상황이 이렇게 오래 지속됐다면 누구라도 그랬을거야. 쌤이라도 ㅇㅇ이 만큼이나 우울하고 힘들었겠는데? ㅇㅇ이가 이상한 게 아니야.”


다만, 정상화를 할 때는 상담가의 섬세함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문제의 심각성이 크고 전문적인 심리치료 및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정상화를 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연계를 추진해야 할 것이기에. 



다음으로 “괜찮아, 울어도 돼”라는 말. 교사로서 학생을 상담하다 보면, 아이가 상담 중에 눈물을 보이는 상황을 한 번쯤은 혹은 그 이상으로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내가 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속상함때문일 수도, 나도 모르게 힘든 마음을 쌓아온 것이 터져나와서 일 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들로 인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레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른 채 눈물부터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학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성인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누구도 예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도 교사도 당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때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 차분함을 유지하며 적절한 위로를 건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부분 한국에서는 “괜찮아? 울지마ㅠㅠ”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분명 이 말은 눈물을 보이는 상대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지만, 이 표현을  듣는 청자 보다는 말하는 화자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느낀다. 상대의 눈물이 당혹스러운 나머지 어서 상대가 감정을 추스르고 울음을 멈추고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는 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괜찮지 않아서 나도 예상치 못하게 눈물이 나는건데, 괜찮냐고 한 번 더 물어보고 울지 말라고 하면 나오던 감정도 다시 쏙 들어가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해볼 만한 지점인 것 같다. 이 지점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문화상 솔직한 감정표현 보다는 감정의 억제가 더 장려되어 왔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내가 사용하는 표현은 “괜찮아, 울어도 돼”라는 말이다. 

“눈물이 나는 거, 그럴 수 있어. 괜찮아. 울어도 돼. 사람이 늘 웃을 순 없는걸. 웃을 때가 있으면 울 때도 있고 그런거지. 마음껏 울고 우리 털어내자. 괜찮아.”


누군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면 안절부절 못하며 빨리 위로를 건네기 보다는 나에서 상대로 초점을 옮겨 '그런 감정을 받아들여주고 편안히 감정을 표현해도 좋다'는 격려와 지지를 해주는 것이 그에게 보다 필요한 게 아닐까. 나라면 그걸 더 바랄 것 같아서, 그래서 하게 된 말이다. 


오늘은 누괜잘반의 누와 괜까지 살펴보았다. 다음에는 잘반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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