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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미 Nov 30. 2022

애매한 것에 친근감을 느낀다

애매해도 괜찮아

매일 책을 읽는다. 한 권을 정해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그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여러 권을 주변에 놓고, 또는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로드한 책에서 때에 따라 내키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작가들의 필력에 주눅 들 때가 많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지? 어쩌면 이런 비유를 쓸 수가 있지? 매번 부러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일단 쓰는 것뿐인데 필력이 뛰어난 작가들은 모든 걸 다 가진 사람 같다. 신의 경지에 있는 저 멀리 있는 사람,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가끔, 책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주말 동안 붙잡고 있었던 채도운 작가의 ‘엄마가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가 딱 그런 책이다. 채도운 작가는 카페를 운영하며, 일상을 ‘브런치’에 기록하였고, ‘브런치 북 전차 책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하면서 책을 내게 되었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가는 그런 일상에서 자신이 느꼈던 보람과 반성을 글로 남겼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 그런 평범한 것이 책이 될 수 있고, 울림을 줄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을 늘 ‘애매한 인간’이라고 했다. 돈도 애매하게, 능력도 애매하게, 부모님이나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때 항상 애매해서 큰 도움이 되지도, 큰 위로가 되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런 점은 나와 너무 비슷해서 작가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글을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를 애매한 인간이라고 정의해 놓은 부분에서 이 작가는 무엇을 해도 끝까지 해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애매한 인간이라고 해서 그 상태로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실수 뒤에는 항상 반성했다.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책망은 잘못을 꾸짖거나 나무라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반성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거다. 책망 뒤에는 남 탓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반성 뒤에는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실수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있다. 작가는 그런 점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쓴 시점에서 작가는 미혼이었다. 처음 카페 사장이 된 작가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여러 가지 청으로 전통차를 팔기도 했다. 엄마가 청을 만들어 왔을 때 엄마에게 누가 카페에서 전통차를 먹냐며 핀잔을 주곤 했는데 오히려 그 청으로 만든 전통차가 잘 팔렸다. 그리고 늘 카페 청소를 해주시는 아빠가 계셨다. 부모님의 따뜻한 지원으로 책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의 근황이 궁금해서 ‘인스타’에 작가를 검색해 보았다. 작가는 결혼해서 엄마가 돼 있었고, 카페 손님들과 독서 모임도 활발하게 하는 북카페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거라 확신했다. 내 확신처럼 작가는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애매한 인생이 애매함을 벗어나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한다. 그런 노력이 조금씩 스미면서 멋진 사람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 나 역시 애매한 인생이다.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그것은 얼마나 분명한 경지인가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평범한 사람의 일을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미 작가의 ‘애매한 재능’에 나오는 글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애매한 모든 인생을 응원한다.          



뭐든 애매했던 나글쓰기도그림도요리도카페 운영도가진 것도능력도 그 모든 것이 애매 함투 성 이인 나이지만이런 애매한 나의 감을 믿어보라고 말해주는 엄마 그리고 아빠가 있었다그래서 변했다나도그리고 카페도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가진 것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애매하기만 하지만뭐 애매한 것도 괜찮잖아마치카페에 때수건이 있는 것처럼.     

 - < 엄마가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애매한 인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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