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험 기간엔 내 마음도 바쁘다
큰아이의 시험 기간이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라지만 아이의 시험 기간은 엄마인 나에게도 큰 부담이다. 공부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먹거리를 단단히 챙기고, 영양제도 챙겨 먹이며 시험 기간이 끝날 때까지 마음만 바쁘다. 아이가 먹고 싶은 것과 영양이 담긴 음식을 손수 만들기도 하고 배달 음식에 기대기도 하면서 아이를 챙겼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부터 아이는 비염 증세가 심해지면서 병원에 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요일에는 등교 시간을 늦추고 이비인후과에 다녀왔고, 한 번에 먹을 약의 겉 포장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여가며 챙겼다. 아이는 약을 먹으면 잠이 온다는 이유로 잠잘 때만 약을 먹는다. 잠이 와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니 약을 끼니마다 먹으라고 강요하기도 힘들다.
지난주부터 아이 학원들은 시험 기간 보강으로 주말에도 아이를 부른다. 학원 선생님들은 열의를 다해 아이의 시험 기간 공부를 돕는다. 학원이 걷기에는 멀고 오르막길을 지나가야 하는 곳이어서 주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기를 반복했다. 아이는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밤이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인 독서실로 가서 늦은 시각까지 공부하고 온다. 독서실에는 새벽 1시까지 운영하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 주니 시원하게 공부할 수 있다. 아파트 안에 있으니 아이가 늦게 오더라도 안심이다. 아이가 집에 들어 올 때까지 남편과 돌아가며 아이를 기다린다. 딸아이라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남편이 아이를 기다린다고 해도 아이가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밤에 먹을 약을 챙겨 먹이고 아이가 침대에 누울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이가 씻고 잠자리에 들면 새벽 2시에 가까워진다.
4월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기간에는 내가 1박 2일로 서울에 있었고, 남편도 야간 근무를 갔다. 큰딸은 동생 챙기며 시험공부도 해야 했다. 작년 12월 중2 때 시험 기간에도 내가 1박 2일동안 서울에 갔고, 남편도 야간 근무여서 그때도 큰딸이 동생 챙기고 시험공부를 해야 했다. 이번에도 대학원 선생님들과 모임이 결성되었는데 또 남편이 야간 근무였다. 내가 또 1박2일 동안 집을 비우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모임을 포기했다. 시험 임박한 아이를 두고 내 볼일을 보러 가면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 아이에게 밀착해서 있어 보니 아이가 가엾다. 중3밖에 안 된 아이가 주말에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오가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 아이들은 다 그렇지’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독서실에 가서 친구와 속닥거리며 노는 시간이 더 많은지도 모른다. 아이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니 그렇게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두 번 연속으로 아이 시험 기간에 서울로 놀러 가다가 아주 오랜만에 아이의 시험 기간을 보내니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시험 기간에 야간 자율 학습을 끝내고, 독서실 갔다가 늦은 밤 집에 왔는데 집에 모든 불이 다 꺼져있고,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 그렇게 서러웠었다. 물론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하고 온 건 아니었다. 서러운 마음을 느끼는 게 어쩌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아이가 공부하고 집으로 올 때까지 나는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나 보다. 어제는 아이를 기다리다 늦은 시각에 잠들었고, 아침에 일찍 수업이 있었다. 수업하는 내내 피곤해서 눈이 따가웠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 주고 집에 와서 계속 잤다. 할 일이 산더미지만 일단 내가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