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의 선택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by 자유미

나에겐 평생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심지어 같은 대학교의 같은 과까지.

어릴 때는 우리 둘의 성향이 너무나도 달랐다.

나는 세상의 예쁜 것들이 다 좋았다. 나의 눈에 예쁜 액세서리, 가방, 지갑, 네일, 옷, 그림, 풍경들 등 예쁜 거라면 다 담고 싶어 했다.

특히 글 쓰는 것과 그림 그리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문구를 가장 좋아해서 주말마다 온 문방구들을 돌아다니며

내 마음에 쏙 드는 공책과 펜들을 샀다. 십몇년이 지난 지금도 가지고 있는 공책들도 있다. 내가 많이 좋아하고 아꼈나 보다.

지금도 쓰기 아까워서 모셔두고 있다. 그리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던 나에게 아빠는 카메라를 사주셨다.

난 몇 년을 그 무거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찍어 댔고 호기심이 많던 나는 온 집안의 전자기기들을 분해해서 내가 다시 조립했다.

늘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 쌓여 살아서 다른 친구들과는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언니와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항상 나에게 갇혀 있던 아이였다. 무슨 감정이 들면 동굴 속으로 들어가 글을 쓰기 바빴다. 지금 느낀 감정들.

학교를 마치면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다시 미술 학원을 가서 그림을 그렸다.

매일을 이렇게 살다 보니 주변에 친구들은 한두 명 정말 친한 친구들만 있었다.

그래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노는 것은 행복했기에 매일을 놀고 싶었다.

난 맨날 학교 마치고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공부학원, 태권도를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었는데 매일을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항상 새로운 것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를 안 가는 날이면 어디든 새로운 곳을 걸어 다녔다.

몰랐는데 나랑 친했던 친구들이 내가 4차원이라서 재밌어서 친구 했다고 한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나는 책 읽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인 거 같다.

항상 예쁘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니며 동네 사람들에게 ‘ 깔롱 지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나랑 평생 함께했던 한 사람은 정반대였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늘 책을 곁에 두고 살았다.

꾸미는 것에는 전혀 관심 없고 예쁜 것들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나랑 잘 맞는 것은 새로운 것들을 좋아해서 항상 쉬는 날 나랑 세상을 구경하러 같이 걷고 또 걸었다.

우리에게 세상은 항상 새로웠다.

세상의 건물들과 자연과 큰 마트를 주말마다 구경하면 시간이 금방 가서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우린 항상 걸으면서 간단히 먹고 계속 걸었다. 항상 즐겁고 새로웠다.


그랬던 우리가 둘 다 지금은 변했다.

대학을 가고 지방에 살던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왔고

세상과 공존하며 사느라 우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각종 알바와 일, 학교 과제, 자격증 공부 등등을 하느라 매일을 바쁘게 살았고

나중에 이런 생각들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 이것들이 우리가 정말 원했던 것들일까? 지금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들로.


우리는 각자의 길을 찾기로 했고 그로부터 지금 6년이 지났다.

우리는 함께하는 날들도 있었지만 각자만의 날들을 가지는 시간도 많았고

결국에는 항상 서로를 찾았다.

그리고는 제일 잘 맞는 서로가 되었다. 많이 싸우기는 하지만 즐겁다.

나랑 함께한 사람은 찾아가는 듯하고 언제나 확고했다.

그와 반대로 난 계속 흔들렸다.

계속 나의 일정을 정할 때 그 사람에게 물어봤다.

매번 매 순간의 선택들마다 흔들리고 나랑 함께한 사람에게 내 선택들을 미뤄 오며 탓하기 바빴다.


오늘도 어떤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선택의 순간 생각도 하지 않고 물어보기 바빴다.

난 이런 상황인데 넌 어떠냐고.

자기는 사실 이번 주에 가고 싶긴 한데 네가 선택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난 또 떠밀리듯이 그 사람의 선택들로 나의 모든 것들을 바꾸고 있었다.

’ 이렇게 나에게 확신이 없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이끄는 곳은 사실 나도 이번 주다.

근데 난 항상 내 선택들이 무섭다.

정말 내가 옳았을지, 매번 생각한다.

난 언제쯤 선택들을 내가 온전히 결정할 수 있는 날이 올까?

‘ 매 순간 그래도 연습하고 나에게 물어봐야지.’라고 난 다짐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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