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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Jul 02. 2023

어깨가 아프다

수영을 했는데 어깨가 나갔다.

어깨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수영을 '열심히' 하면서부터였다. 수영을 시작한 지는 1년 6개월 정도가 되었다. 수영을 시작하게 된 것은 무릎 때문이었다. 관절을 위해선 운동을 해야 했는데, 무릎이 너무 아파서 다른 운동은 할 수가 없었다.(..) 처음 수영은 한달 만에 끝났다. 수영장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었는데, 내 무릎은 30분을 걷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두번째는 무릎 상태가 조금 나아진 뒤였다. 그 덕분에 수영장을 걸어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영장에는 4명의 강사가 있었는데, 그중 한 강사는 나를 '물에 뜬 지푸라기'라고 부를 정도로 나는 힘없이 수영했다. 힘을 주지 않는 이유는 아무 명확했다. 힘을 주면 힘드니까!


내가 다닌 수영장은 수영 강사들이 3개월에 한 번씩 바뀐다. 1년 넘게 수영장을 다녔으니, 모든 강사를 경험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오직 한 선생님만은 타이밍이 계속 맞지 않아서 수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 강사와 드디어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는 정말로 열성적이었다.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쳤고, 그의 노력은 나를 감동시켰다. 나도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었다. 나는 무릎이 좋지 않아서 평영을 하지 않는데, 그 때문에 평영에 발을 걸쳤을 정도였다.


처음 어깨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은 센터스노쿨을 끼고 물 잡기를 할 때부터였다. 내가 다년 수영장은 25m 레일인데, 센터스노쿨을 끼는 날에 강사는 그 물 잡기를 몇 바퀴씩 시켰다. 보통 운동을 하다 보면 처음에 두둑 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가? 나는 물 잡기 도중에 어깨에서 나는 소리도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물 잡기를 할 때마다 어깨에서 우두둑우두둑 하는 소리가 쉼 없이, 몇 바퀴를 도는 내내(!) 났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하고 나서야, 남들도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니 깜짝 놀란다. 흠. 문제가 있는 것 같지?


문제를 깨닫게 된 또 다른 원인은 내가 갑자기 만세 자세를 하고 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평생, 난 단 한 번도 그런 자세로 잔 적이 없었다. 나는 보통 태아자세로 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만세 자세로 자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어깨가 안 좋으면 그런 자세로 잔다는데... 


진짜, 어깨가 안 좋아진 건가?


그걸 깨닫고 얼마 되지 않아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강사에게 말하니 수영을 일주일 정도 쉬어 보라고 했다. 그 사이 약을 먹고 쉬니 좀 좋아져서 다시 나는 수영을 나갔다 우두둑 소리가 나긴 했지만 많이 줄어들었다.


고통이 심해진 것은, 자유형 자세를 교정하면서부터다. 손을 끝까지 펴서 물을 끝까지 밀려고 하는 동작이 문제였다. 롤링(몸 비틀기)이 잘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팔을 끝가지 미는 것이 내 나약한 어깨에 무리를 주었던 것 같다. 나는 상체가 극도로 마르고 하체는 통통한, 흔히 말하는 하비 스타일이다. 필라테스 강사는 이 어깨로 팔을 견디는 게 용하다고 했다. 결국 너무 아파서 수영을 하다가 중간에 나오는 상태가 되었다.


수영하다가 어깨 다쳐서 중단하는 사람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결국 수영을 길게 쉬게 되었다. 쉬니까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프긴 했다. 어느 정도 아팠냐면 갈비탕을 먹을 때, 갈빗대에 붙은 고기를 자르려면 가위와 집개를 들어야 하는데, 어깨가 아파서 가위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주변에선 병원을 권유했지만, 나는 내키지 않았다. 무릎 때문에 전국의 병원을 다녀왔지만, 거기서 배운 건 병원 가도 원인을 찾긴 힘들다는 거였다.


그런 내가 병원을 가기로 결심한 것은, 일을 할 때 서류에 손님의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도장을 못 들겠다고 느끼면 서다. 어깨가 너무 아파서 도장을 찍기 위해 힘을 주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예약이 되는 가까운(1시간 30분 거리) 병원에 예약을 했다. 몰랐는데 예전에 허리 때문에 간 적이 있는 병원이었다. 그 기록이 남아 있어서 유선 예약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급히 예약을 하고 연차를 내서 병원을 갔다.


내 증상을 들은 병원은 처음에 목과 척추 관련 부서로 나를 안내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상담결과 나는 어깨가 문제인 게 맞다고 판정되어 다시 어깨 부서로 이관되었다. 거기서 나는 이상한 의사를 만났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엄청 걱정을 하는데, 이건 큰 병이 아닙니다. 그냥 그럴 수 있는 거예요. 누구나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어요."


뭐지? 도대체 뭔데 이렇게 쿠션어가 많은 거야? 의사의 의미심장한 말에 아무 생각 없었던 나는 도리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고 의사가 말했다.


"자, 따라 해보세요! 나는 괜찮다!"

".... 네?"

"따라 해 보시라고요! 나는 괜찮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한 나는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간호사는 심드렁한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서 있었다. 아니, 나 진짜 해야 해? 내 눈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의사는 단호했다. 결국 나는 나는 괜찮다를 세 번이나 외쳐야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아픈 원인을 알고 싶습니까? 아니면 고통을 경감하고 싶습니까?"

"일단 원인을 알고-"


원인을 알아서 고통도 경감한다. 이게 보통 환자들이 병원을 내방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의사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보통 그렇게 말하죠. 그러려면 mri를 찍어야 합니다."

"아뇨. 전 mri는 찍고 싶지 않아요."

"보통 그렇게 이야기하죠. 전 역시 그런 것만 권하는 그런 의사는 아닙니다.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선 주사와 약이 있습니다."

"전 주사는 좀.."


주사는 정말 맞고 싶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근육이 하얗게 죽은 사람을 꽤 많이 보았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약한 내 근육에 그런 강력한 걸 처방하고 싶지 않았다.


"보통 그렇게 이야기하죠. 그럼 약으로 갈까요? 하지만 약은 안 나을 수도 있습니다."

"네?? 그런데 약을 주신다고요?"

"주사는 싫다면서요. 그럼 약이죠. 물론 약을 먹어도 결국 주사를 맞게 되어 있죠."


그 말은 그냥 주사 맞으라는 소리 아니야?

결국 나는 주사를 맞았다. 나는 우울했다. 결국 무릎 아팠을 때랑 똑같은 절차였다. 월말에 눈치를 보며 연차까지 써서 온 결과가 이런 거라니, 슬픔이 몰려왔다. 그런데 주사를 맞고 한 일주일 지나니 정말 아프지 않았다. 우왕 신기하다! 


병원에선 한번 더 오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으니 가기 싫었다. 이제는 거의 아프지 않은데... 가지 말까? 한참 고민했지만 결국 가는 걸로 마음먹었다.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 보통 자체적으로 치료를 중단에서 문제를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으니까! 고민 끝에 병원을 내방했건만 의사는 내게 무신경했다. 그저 주사를 한 더 대 맞을 거냐고 물었다. 나는 초심을 잃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맞고 나서 벌어졌다.


역시나 주사가 독했다. 맞기 전보다 어깨가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확실히 고통은 감소되었다. 이제 다시 운동을 해서 어깨근육을 키워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수영장을 갔다. 그리고 아주 살살, 팔을 돌렸는데....


고통이 재발했다. 아팠다. 괴로웠다. 어떻게 나은 어깬데... 다시 수영장을 간 내가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다. 병원도 더 갈 자신이 없었다. 돌팔이 같은 의사도 그렇고.. 내 나약한 어깨에 더 이상 주사를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결국 수영은 그렇게 완전히 그만두게 되었다.


와 무릎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시작한 수영이 내 어깨를 아작낼 줄이야.... no pain no gain이라지만.. 어깨를 주고 무릎을 얻은 것도 아니고... 이건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나는 그렇게 내 어리석음. 부실한 몸뚱이에 대한 분노. 고통,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도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길고 긴 휴식 끝에 어깨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는 유튜브를 보며 어깨 스트레칭과 재활 운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어깨가 약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어깨를 손으로 만지면 어깨뼈가 그냥 그대로 만져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통증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라서, 지금도 옆으로 자거나 하지는 못하고 반듯하게 누워서 잔다. 물론 깨어 있을 땐 만세 자세를 하고 있다. 크윽..


지금은 일상생활은 거의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만세 자세로 잠이 들고, 어깨에서 장작 패는 소리가 자주 난다. 약했지만 그럭저럭 견뎌온 어깨가 그냥 약한 어깨가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깨가 잘 움직이는 날에는 열심히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를 하고 있다. 1kg 덤벨로. 30킬로짜리 덤벨을 번쩍번쩍 드는 후배는 그런 날 보며 비웃지만,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는 것만 해도 나는 감사한 마음일 뿐이다. 


오늘은 7월 2일. 새로운 반기를 맞이하여 목표를 말해보자면, 올해 말에는 나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멋진 망고 어깨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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