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와 사랑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보통 외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우리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고 싶어 집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치며 얘기하고, 같이 즐겁게 놀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타인은 나의 외로움을 감추어주고, 나를 잠깐이라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인을 아무리 만난다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외로움은 우리를 찾아옵니다.
대체 이러한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사회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의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인간의 본성을 통찰한 날카로운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은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내 모든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람들과 함께하더라도 말할 수 없는 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말하기 힘든 나의 감정이 있습니다.
이를 솔직하게 모두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외로움은 우리를 찾아오게 됩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마음을 남들에게 당장 표현 할 수 없는 순간, 우리는 괴리감 속에서 외로움을 느낍니다.
가면을 쓴 자에게는 외로움이 늘 함께합니다.
타인은 나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지 못합니다. 나라는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타인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행동은, 바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입니다. 타인은 완벽하게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만큼은 숨김없이 보여줄 수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마음을 타인에게 표현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이해하고, 내 본모습과 감정을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을 해야지만 나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를 마주 할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은 더는 외로운 시간이 아니게 됩니다. 타인으로 충족할 수 없는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저는 이전에 항상 누군가를 만나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는 오히려 하루의 일부분은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혼자 있다는 사실은 더는 제게 두려운 사실이 아닙니다. 제 내면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한 채,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있는 순간을 제외한다면, 저 또한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혼자 있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건강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과 헤어질 때, 항상 느껴졌던 공허함이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저에게 있어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나에게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 내면의 신호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들도 제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충만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외로움을 견디기 힘드신 분들께는, 이 글이 나와 더욱 가까워지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