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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Mar 04. 2024

그 언젠가는 엄마의 밥상으로 새겨질 첫걸음 등갈비 김치

오늘의 한마디: ‘엄마의 밥상’을 위해 도전하는 첫걸음


  엄마의 밥상에는 힘들고, 허한 마음을 따뜻함과 위안으로 채워주는 힘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왜? 자신의 수고로움 하나 없이 항상, 당연히 내 앞에 펼쳐지니까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마운 것인지 모른다. 


  본인 역시 당연히 몰랐다. 결혼 전에는 혼자 힘으로 음식 한 번 해본 적이 없었고, 결혼 후에도 음식을 만드는 데 그렇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음식을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과 음식의 질을 따지면 외식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실행했다. 이런 생각으로 음식을 만드니 음식 맛이 어떡하겠는가?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맛은 왜 그리 형편없는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이를 봐주시는 엄마네 집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했다. 엄마께서 해주시는 따끈따끈한 밥과 국, 생선구이 바로 무쳐 고소한 참기름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난 나물 반찬. 그때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정말 몰랐다. 


  제가 엄마 밥상의 소중함과 노고를 깨달은 것은 아이가 커 우리 집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하면서부터였다. 내가 직접 차린 음식은 맛이 없으니 동네 맛있는 반찬 가게를 찾았다. 동네 맛있는 반찬 가게와 맛집에서 포장해 온 음식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엄마의 밥상이 너무 그리운 순간이 있다. 그 옛날 엄마가 해주셨던 생선구이와 나물 반찬 밥상이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여러 일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순간, 그 밥상이 너무 그립다. 따뜻한 엄마의 밥상을 먹으면, 모든 것이 다 나아질 것 같다. 그러나 여든이 넘으신 엄마께 50살 자식이 그런 밥상을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오히려 엄마께 그런 밥상을 차려드리는 것이 도리겠지. 


  엄마 덕분에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엄마의 밥상’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라도 있지. 우리 아들은 과연 ‘엄마의 밥상’ 하면 어떤 음식을 떠 올릴까? 아들에게 이런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음식 하나 차려주지 않는 부모가 있다니. 아들이 휴가 나왔을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줬다. 아들 면회 갈 때도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사 갔다.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해준 적이 없으니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항상 식당 음식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아들에게 미안하다. 엄마께 받은 사랑을 아들에게 더 큰 사랑으로 전해줘야 하는데.... 난 ‘먹튀 부모’이다. 이런 반성을 거울삼아 이번 아들 면회 때는 직접 음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들, 이번 면회 때 엄마가 음식 하려고. 먹고 싶은 거 있어?”

  “엄마가 하시려고요? 그냥 사 와도 돼요.”

  “아니야. 나중에 너 결혼해서 부인하고 오면 엄마가 직접 밥상을 차려줘야지. 지금부터 조금씩 연습할 거야. 엄마가 할 수 있는 음식 범위 내에서.”

  “제가 결혼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벌써요?”

  “지금부터 하나씩 해야지. 너 휴가 나오면 엄마가 직접 음식 해서 한 상 차려줄게.”

  “그래요. 음. 전 고기면 좋지요.”

  “등갈비 김치찜 괜찮아? 그것은 하는데 어렵지 않아. 전에 해본 적도 있고.”

  “좋아요. 전에 엄마가 해줬던 거 기억나요. 그때 맛있었어요. 그리고 배추전도 해주실 수 있어요?”

  “배추전? 당연하지.”


  이번 면회 음식은 등갈비 김치찜하고, 배추전이다. 아들 면회 이틀 전에 장을 보고, 음식 준비를 했다.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으니 양념들부터 사야 했다. 진간장, 국간장, 소금, 설탕, 참기름, 마늘, 맛술 등 양념만도 한 짐이 되었다. 알배추와 등갈비도 샀다. 아들이 고기를 좋아하니 등갈비를 넉넉하게 샀다. 우선 알배추를 천일염에 절이고, 등갈비를 물에 담가 피를 뺐다. 오늘은 등갈비 김치찜을 하고, 내일은 절인 배추로 배추전을 할 예정이다. 2시간에 걸쳐 등갈비 피를 빼고, 물을 끓여 등갈비를 데쳤다. 고기 잡내를 잡기 위해 등갈비 데칠 때 맛술과 월계수 잎을 넣었다. 데친 등갈비를 물에 씻어 불순물을 제거했다. 고추장, 진간장, 설탕, 다진 마늘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데친 등갈비에 양념장을 넣어 고기에 간이 배게 했다. 1시간 정도 후에 간이 밴 등갈비에 김치 한 포기 반을 넣고 끓였다. 한소끔 끓이고, 중불에서 계속 끓였다. 1시간 30분 정도 끓였을까? 김치가 푹 익은 것을 보니 얼추 된 것 같았다. 간을 보니 생각보다 간이 진하다. 아들 면회 가서 끓일 때 물을 좀 더 넣어야 할 것 같다. 등갈비를 너무 많이 넣어 김치가 실종됐다. 그래도 몇 시간에 걸쳐 겨우겨우 완성한 등갈비 김치찜이 이 정도면 성공이다. 



  다음 날, 배추전을 했다. 그런데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았다. 소금을 더 넣어야 했나 보다. 거의 날배추에 가까웠다. 부침가루에 계란 하나를 넣어 반죽을 먼저 준비했다. 한 국자 반죽을 넣고 얇게 펼친 후 배추 하나를 가운데에 놓고 쪽파를 양옆에 나란히 놓았다. 부침개를 한 개 완성해서 맛을 보았다. 윽 배추전은 실패다. 날배추에 가까운 배추 때문인지 이 방법으로는 회생할 수 없을 것 같다. 배추를 잘게 자르고, 쪽파도 잘랐다. 모든 재료를 반죽에 넣고, 소금으로 약간 간을 했다. 주먹 크기만 한 사이즈로 부침개를 부쳤다. 바싹 익히니 그래도 먹을 만했다.



  아들 면회 날이다. 만든 음식과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소금빵, 과자, 커피 등을 바리바리 싸서 아들에게 갔다. 아들 면회할 때 핸드폰 카메라를 앱으로 차단해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잘 먹었다. 등갈비를 많이 사서 남을까 걱정했는데 그 많은 고기를 다 먹었다. 물론 부침개도 다 먹었다. 


  “엄마가 만든 음식 모두 정말 맛있어요. 고기도 많고, 잡내도 하나도 안 나요. 부침개도 실패했다고 하셨지만, 너무 맛있어요.”

  “네가 잘 먹는 모습 보니 엄청 좋다. 엄마 자신감이 10% 상승했어. 2월에 휴가 나오면 엄마가 다른 음식 해줄게.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돼지갈비찜이요. 지난번 이모께서 해주신 돼지갈비찜 진짜 맛있었어요.”

  “알았어. 이모께 여쭤봐서 해줄게.”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엄청 뿌듯하고, 행복하다. 이 맛에 엄마들께서 힘든데도 음식을 하시나 보다. 그래서 음식이 사랑이라고 하나 보다. 오늘 등갈비 김치찜과 배추 부침개는 아들에게 기억될 ‘엄마의 밥상’을 위한 시작의 맛이다.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
  -Brillat Sav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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