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음식은 엄마의 밥상이다. 머위대와 들깨로 맛을 낸 들깨머위국, 갓 구운 임연수구이, 고소한 들기름으로 달달 볶은 나물. 아파트 단지에 알뜰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한 상 차려진 엄마의 음식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엄마의 밥상. 항상 곁에 있으시는 부모님의 존재를 당연히 여기듯 그때는 엄마의 밥상이 가지는 의미를 몰랐다.
잠이 부족한 고등학교 때는 5분이라도 더 자려고 아침부터 고생하신 엄마의 노고를 무시하고 짜증 내면서 아침식사를 걸렀다. 대학생 때는 다이어트를 핑계로 엄마의 밥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매일 당연하게 차려진 엄마의 밥상이 언제나 영원할 것이라 믿었나 보다.
항상 원하면 마술처럼 차려진 엄마의 밥상이 이제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부모님이 언제나 영원히 곁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 듯이. 엄마의 밥상이 그리운 것은 그 시절 우리가 그리운 것이리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일상을 얘기하면서 저녁 식사를 하던 그 시절.
엄마의 음식을 유독 좋아하셨던 아빠가 계시고, 아빠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하시면서 투덜거리시는 엄마가 계시다. 엄마의 투덜거림에 아빠는 미소로 응답하신다. 우리는 고기반찬을 찾지만, 고기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운다. 아빠도 밥과 국을 다 비우신다.
매일 차려진 엄마의 밥상을 당연하게 생각하듯이 아빠, 엄마가 당연히 곁에 머물 줄 알았다. 더 이상 엄마의 밥상이 차려지지 않듯이 아빠도 이제 우리 곁에 없으시다. 따뜻한 밥상에 둘러앉은 아빠, 엄마, 우리를 아무리 그리워해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음식은 육체가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 음식은 우리 마음을 추억으로, 사랑으로, 행복으로, 그리움으로 채워준다. 음식이 육체의 허기와 정신의 허기를 모두 채워준다. 단순히 채워주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추억으로, 행복으로 이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리워지는 것들이 참 많다.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일까? 회한일까?
처음 ‘함께 식사하실래요?’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면서 “추억 여행으로 인도하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와 그 음식에 담긴 사람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음식 이야기와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뼈저리게 깨달아도 바쁨을 핑계로 후회를 더 많이 하는 어리석은 인간이지만, 내일은 좀 덜 후회하기를 다짐해 본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에 소중한 사람들도 속절없이 흘러가리라. 여러분은 어리석은 저와는 다르게 후회하는 일들이 적으시기를... 추억과 그리움이 후회로 얼룩지지 않으시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