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내일-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눈맞춤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때로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무기력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 더군다나 미소 짓는 얼굴과 눈맞춤하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예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 호기심 많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따뜻한 그런 사람으로, 그런 어른으로 우리 아이들이 컸으면 한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제한하고, 문학적 감수성을 파괴하는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순간순간 자신의 소중한 감정을 음미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그 시간이 참 좋았나 보다. 갑작스러운 수술로 잠시 학교를 떠나야 했을 때 아이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아쉬운 얼굴로 수줍게 편지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이후 두 달 뒤에 다시 뵙는다는 아쉬움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는 선생님의 미소 가득한 수업이 정말 좋아요.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과 수업하는 것이 아직은 상상조차 가지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면서 선생님을 기다릴 테니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지식뿐만 아니라 에너지까지 얻게 되는 이유를 고민해 봤어요. 선생님께서 환한 미소로 저희에게 해주시는 좋은 말씀 특히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살기보다 현재의 고민, 아픔, 우정, 사랑을 소중히 가꾸면서 미래를 꿈꾸라는 말씀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어요. 공부에 방해되는 그런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런 감정조차 소중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현재를 잘 살아야 미래의 저도 잘 살 수 있을 테니 현재를 잘 살도록 노력할게요. 아직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잘 지낼게요. 선생님도 수술 잘 받으시고 잘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두 달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다시 돌아올 큰 명분을 준 아이의 편지. 어둡기만 했던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아이는 학교에 없었다. 일주일 전에 자퇴했다는 말만 듣게 되었다. 3월 새 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에게 ‘1년을 보낸 12월 30일 나에게 쓰는 편지’를 쓰게 했다. 그때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To. 잔정이 많고 내색이 짙은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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