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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Jul 25. 2023

#1.하나 되기 위해 한 명도 열외 할 수 없는 합창제

-한 뼘 성장하는 교육-

  방학 이틀 전 실시하는 합창제. 1학기 2차 지필평가 끝나고, 일주일 만에 진행하는 합창제는 수업 시간에도 중간중간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만큼 시간이 촉박했다.


  “선생님, 자율 수업 시간에 합창제 준비해도 될까요?”

  PBL을 기반으로 하는 인성교육 수업을 하는 2학년 자율 수업 시간에 한 반의 학급 회장이 허락을 구하러 교무실에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이 수업할 내용이 있어서 20분 정도 수업하고, 연습할 시간 줄게.”


  수업 후 해당 학급 회장과 지휘를 담당하는 학생이 나와 연습을 진행했다. 영혼 없이 율동하고, 소리 내는 학생들과 앞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율동하고, 목청껏 소리를 내는 학생들이 공존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얼굴에는 점점 표정이 없어졌다. 앞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의 외침이 무기력하게 대부분 학생의 표정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 기계적으로 율동하고, 기계적으로 소리를 냈다. 그런 아이들의 표정을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아이들도 느꼈나 보다. 갑자기 학급 회장이 손에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낚아챘다. 순간 그 주변 학생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딩동댕동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교실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마음이 안 좋았다. 앞에서 고생하는 아이들, 계속 연습했을 아니 앞으로 더 많이 연습할 아이들 모두 안쓰러웠다. 학생들의 갈등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길, 즐거웠던 학창 시절 앨범의 한 장으로 추억되길 바랐다.




 “합창제 준비하느라 얘들도, 담임도 힘들어 죽겠어요. 누구를 위한 합창제일까요?”

  일주일 동안 합창제를 준비하면서 학급 아이들의 모든 불만을 오롯이 혼자 다 받아내고 있는 친한 담임 선생님들의 하소연이 깊어지고 있었다. 


  합창제 당일 왜 체험활동을 사용할 수 없는지, 당일 생리 결석을 사용하겠다. 아이가 공황장애가 있어서 많은 사람 앞에 설 수 없다. 합창제 연습하는 것을 아이가 힘들어한다. 아이가 합창제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한다. 등등 


  25명 이상의 아이들은 수많은 제각각의 사정을 담임 선생님에게 쏟아낸다고 한다. 학급 단합을 위해 학급의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한다는 합창제. 포기할 경우 단상에 올라가서 ‘기권’이라고 얘기해야 한다는 포기 조건. 무엇을 교육하기 위한 합창제일까? 나는 근원적인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에는 교육의 목적을 인격을 갖춘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음을 명기하고 있다. 


  그럼 이 민주시민(民主市民)이란 무엇일까?  

  민주 시민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가지며, 개인적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라.....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하는 교육이 진정 교육이었을까?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었을까? ‘합창제’ 한 예만 봐도 우리는 아직도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학급 단합이라는 명분 안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 원리도, 존중도, 뭣도 아닌 교육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1년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었다. 한국 기자들은 누구도 질문하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언론에서는 ‘질문할 줄 모르는 인재’ 등의 제목으로 연일 기자들과 교육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대학 입시가 인생 최고의 목표인 대한민국 교육 앞에서, 획일적이고 주입식 교육이 개인의 행복권보다 우선시 되는 우리의 교육 현실 앞에서, 학생도 교사도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창의적 사고도, 개별적 차이도, 개인의 의문도 공동체라는 명분으로 허용하지 않는 교육을 받고, 그런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 아이들이 질문다운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정치적 발언을 털끝만큼도 할 수 없는 교사가, 편향된 이념으로 덧씌울까 민주주의 교육조차 조심스러워하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민주주의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는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 모두 우리 아이들이 어른다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울여야 하는 노력일 것이다.  




표지 출처: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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