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의 병원일지
-브런치북 「엄마의 막내딸, 냥이」 제5화 냥이야, 금식해야 해 이후 이야기-
7월 25일 냥이의 혈액검사 결과를 진료실 밖에서 기다렸다. 30-40분 정도 지났을까? 진료실 안에서 수의사의 탄식 섞인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불길한 생각에 연신 눈으로 수의사를 좇았다. 수의사는 어딘가에서 나오는 결과지를 보면서 고개를 숙이면서 한탄하고 있었다. 강아지 진료가 끝난 후 우리를 호명했다.
엄마는 진료실 밖에서 떨고 있는 냥이를 지키고 있으셨고, 나와 언니가 수의사를 만나려 진료실에 들어갔다. 수의사는 결과지와 빨간 볼펜을 나에게 주었다.
“제가 부르는 숫자를 종이에 적으세요.”
수의사는 어떤 설명도 없이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수의사가 부르는 숫자를 또박또박 결과지 종이에 적었다. 다 적고 나니 수의사는 내가 적은 종이를 받아서 설명했다.
“여기까지가 간이고, 여기는 신장, 심근염, 당, 췌장, 콜레스테롤이에요.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신장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었죠? 초기 신부전이에요. 신부전이 많이 아파요. 애기들을 많이 힘들게 하는 것이 이 질환이에요.”
가슴이 철렁했다. 증상도 없었는데.... 왜 이런 일이.... 정리 안 된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뒤엉켰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죠?”
“네. 전혀... 전혀 식사도 잘하고..... 잘 지냈는데...”
뒤죽박죽인 머릿속처럼 말도 뒤죽박죽으로 입 밖을 나왔다.
“초기여서 특별한 증상이 없었을 겁니다.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정기 검진으로 빨리 알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에요.”
머리가 멍한 상태여서 그런가 수의사의 말이 윙윙 울렸다.
냥이는 앞으로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사료도 앞으로 쭉 레날 사료만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10월 9일 다시 피검사를 하기로 했다.
“고양이가 약을 잘 먹지 않을 거예요. 사료에 뿌려 놓아서 먹지 않으면 주사기를 드릴 테니 물에 놓여 주사기를 사용하여 입으로 직접 넣어주셔야 해요.”
언니와 나는 수의사에게 처방약을 냥이에게 먹이는 방법을 듣고, 냥이의 약을 받기 위해 진료실 밖에서 잠시 기다렸다.
언니도 냥이의 아픔을 1도 예상하지 못해서 생각도 마음도 뒤숭숭한 것 같았다.
“우리가 간식을 매일 줘서 그런가? 냥이가 입이 짧아서 사료도 많이 먹지도 않고, 간식도 먹는 것만 먹는데.... 고단백으로 신장질환이라니.... 매일 아침 간식 준 것이 문제가 됐나?”
언니도 냥이 병의 원인을 우리에게 찾고 있었다. 집사인 우리가 고양이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우리 냥이가 고생하게 된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냥이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냥이의 약을 받아서 우리는 엄마네 집으로 갔다.
냥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도 숙제였다. 가뜩이나 경계심 많은 냥이인데 어떻게 약을 먹일지 우리는 머리를 맞댔다. 알약은 냥이가 삼키지 않을 것 같아 일단 가루약을 2주일 분량 받아왔다. 냥이가 어제저녁부터 금식했기 때문에 사료에 약을 뿌리면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을 것 같았다. 기존 사료를 치우고 병원에서 사 온 레날 사료에 가루약을 뿌렸다. 역시 냥이는 경계하면서 사료를 먹지 않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배가 많이 고픈 냥이가 드디어 약이 뿌려진 사료를 먹었다. 그래도 냥이가 약을 잘 먹어서 천만다행이다. 냥이가 약과 사료를 다 먹은 것을 확인한 우리는 엄마네 집을 나왔다.
냥이야, 약 잘 먹고 잘 회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