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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Oct 05. 2023

잘하고 있다냥

-냥이의 병원일지-

  금식으로 배가 고팠던 냥이는 약을 뿌린 사료를 당일만 잘 먹었다. 다음 날부터 가루약을 뿌린 사료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냥이가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오늘 저녁부터는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주사기로 약을 먹여 보려고. 냥이가 아파서 약을 먹어야 하니 어떡해서든 먹일 테니 염려하지 마.”

  “엄마가 고생하셔서 어떡해요. 주사기로 약 먹이시는 것이 힘드실 텐데... 큰일이네요.”

  “우리 냥이는 말 잘 알아들으니까 약도 잘 먹을 거야.”

  “그래도 혹시 약 먹이실 때 다치실 수 있으시니 긴 팔 입으시고, 장갑 꼭 끼세요.”




  냥이의 질병에 마음만 아파할 수 없다. 우리 냥이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열심히 컴퓨터를 두드린다.

 

-고양이 신부전증 발병 원인-

  고양이 신부전증은 7살 이상 노령묘에게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이다. 10살 이상 고양이 중 약 30% 이상 발병되며 치명적이기도 하다. 

  강아지보다는 고양이에게 많이 발병하고 신부전 발병의 이유 중 음수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는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로 인해 수분 섭취가 부족해진 경우 신장 손상과 함께 신부전증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몸의 구조나 대사 체계 자체가 물을 절약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우리는 물을 마시면 수분의 대부분을 오줌으로 배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고양이는 그 수분을 다시 재흡수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고양이 신부전증 종류-

   고양이 신부전은 단계에 따라 나누기도 하지만 급성 신부전과 만성 신부전으로 구분한다. 급성 신부전의 경우 신장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보다 다른 이유로 인해 일시적으로 신장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만성 신부전의 경우 이미 신장 자체의 손상이 생기면서 다시 기능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이다.  


  -고양이 신부전증 치료 방법-

  만성 신부전이 있는 고양이인 경우 이미 손상된 신장을 되돌릴 방법은 없기 때문에 수액 처치 등을 통해 신장의 기능을 돕는다. 식이 조절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평생 관리해야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반려묘의 경우 평균 7세 이후부터는 신부전 발병 확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음수량 관리와 함께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반려묘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사이트-https://blog.naver.com/diybmg/223226117191




  10월 9일은 냥이의 재검사날이다. 두 달 넘게 약을 먹고 있는 냥이가 급성 신부전이어서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길 기도한다.     

 

  냥이는 엄마 속을 썩이지 않는 기특한 엄마의 막내딸이 맞다. 원래도 엄마 말씀이라면 신기할 정도로 잘 알아들었다. 그런데 수의사도 고양이에게 약 먹이는 것을 우려할 정도였는데 다행히 우리 냥이는 엄마가 주시는 약을 잘 먹는다. 신기하게 엄마가 약 먹자고 하면 안마 의자에 딱 와서 앉는다. 약을 먹기 싫어 입을 잘 벌리지 않지만, 엄마가 품에 안고 약 먹자고 하시면 입을 벌려 약을 받아먹는다. 입으로 약을 먹지만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면 약을 엄청 먹기 싫은 것 같은데, 기특하게도 매번 엄마가 힘드시지 않게 약을 잘 받아먹는다. 

 “우리 냥이 잘했어요. 아유 착해라.”

  기특한 냥이를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엉덩이를 토닥이시면 냥이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냥이의 표정에서

  “엄마 저 잘했지요? 제가 이 정도예요.”

  라고 으스대는 냥이의 생각이 보이는 것 같다. 냥이는 우리의 우려와 다르게 약을 먹으면서 털끝만큼도 엄마를 다치게 하지 않았고, 엄마를 조금도 힘들게 하지 않았다. 그런 냥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약을 잘 먹는 것 외 깨끗한 물을 많이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물을 잘 먹지 않는 고양이를 위해 호기심을 자극할 급수대가 좋다고 한다. 나는 냥이가 물을 한 번이라도 더 먹으면 좋을 것 같아 급수대를 연신 알아봤다. 자동 급수대, 분수처럼 나오는 급수대 등 그 종류가 각양각색이었다. 겁이 많고, 조심성 있는 우리 냥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할 급수대가 필요하다. 이것저것 검색하고, 알아보면서 가족들의 의견을 구했다. 드디어 급수대를 추가 구매했다.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있는 어항을 보면 ‘깨끗한 물이라는 인식을 하겠지? 그러면 냥이가 물을 자주 먹을 거야.’라는 기대를 했다. 냥이가 잘 다니는 곳에 추가 급수대를 놓고, 수시로 엄마께 여쭈었다. 

  “엄마 오늘은 냥이가 물 먹었어요?”

  “호기심을 가지고 멀리서 보기는 하는데 아직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아.”

  “엄마 오늘도 물 안 먹었어요?”

  “웬일로 어제는 가까이 다가가서 가만히 보더라. 그런데 아직 물은 안 먹었어.”

  “엄마 오늘은요?”

  “드디어 오늘 물 먹었어.”

  급수대를 설치한 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냥이는 겨우 한 모금 물을 마셨다. 이전보다 물을 한 모금이 더 마신 것이니 다행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한 모금 더 마실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2018년 겨울에 우리에게 온 냥이. 7살 이상 고양이들이 많이 걸리는 질환을 일찍 앓고 있다. 집사들의 안일함으로 질환에 걸린 것 같아 많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싫은 약을 꿋꿋하게 잘 먹는 냥이의 기특함이 완치라는 기쁨으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냥이가 좋아하는 간식도 간간이 먹을 수 있기를, 좋아하는 간식을 먹으면서 기분 좋게 내는 골골송을 들을 수 있기를.... 


 10월 9일에 그런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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