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가 아닌 못남주의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편
엄마는 내가 완벽주의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뭐든 더 꼼꼼히, 열심히 했다고 한다. 성인이 된 지금, 직장에서도 사람들이 나를 완벽주의 성향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완벽주의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는 '완벽'을 추구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므로. 그저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역할 정도에 맞추려고 했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완벽'을 추구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기에 '완벽'을 추구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생각했을 때 괜찮은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도달하는 정도가 목표였을 뿐이다.
나는 모자람이 많은 사람이기에
그 정도는 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 기준이 남들이 보기엔
많이 높은 기준이었나 보다.
나는 '완벽주의'가 아니었다. 나는 '못남주의'였다.
나는 항상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완벽주의라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못남주의에 너무 빠져서 자신이 완벽주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다고 나는 확신한다.
완벽주의라는 말보다는 못남주의라는 말이
완벽주의자를 더 잘 설명하는 말이지 않을까.)
'완벽주의자'라는 말은 용어 속에 '완벽'을 끼워 넣음으로써 완벽주의자들을 다시 한번 더 옭아매버린 것 같다.
그냥 탁 터놓고 인정해 버리자.
나는 못남주의자다.
나는 내가 못났고 결함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를 많이 쓰며 살아간다.
남들보다 더 많이 신경 쓰고 더 열심히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인 거다.
내가 정말로 부족하든 부족하지 않든,
나는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정말로 많이 못나서가 아니라
스스로 못낫다고 '생각'해서였다.
이건 나의 '생각'일뿐이니까, 못남에 가까워 보이는 미운 나일지라도 너무 몰아붙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좀 많이 모자라보이더라고, '아이구 애썼네~ 잘했어~ 수고했어~' 해주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세상사 완벽한 게 어디 있다고.
좀 못나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