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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다움 May 29. 2024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이 봤을 때 내 모습은 그랬다.
일도 공부도 연애도 결혼도 척척 잘하는 사람.
여기서 잘한다는 건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한다는 의미이다.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내 역할에는 충실하려고 했다.

몸이 안 좋아진 후 나의 모든 일상생활은 멈춰졌다.
일이나 공부는커녕, 가만히 누워있어도 괴로울 정도로 몸이 많이 아팠다.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나 이 상태로 평생 좋아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계획한 것을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서 어떡하지.'

'내가 그때 다르게 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너무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숨쉬기만 하며
어영부영 보내는 시간들.
불안했다.

그래서
그 불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남들은 다 달려가는데 나만 제자리다.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더 하지 못하고 있는 이 시간들이 너무 불안하다.
현재 이 기간을 잘 보내야
내 커리어가, 내 인생이 더 나아질 텐데
지금 아무것도 못해서 앞으로가 너무 걱정이다.'

휴식이 필요한 지금의 나에게 편히 쉬라고 못하고
스스로에게 죄책감과 불안감만 가득 안겨주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내가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있을 때,
그런 모습만을 '나'라고 생각하고
그런 모습만을 좋아하고 아껴주었구나.

나는 '나'와 나름 좋은 관계를 맺고
나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내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구나.
나는 높은 기준을 가지고 거기에 나를 맞추려고 했구나.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구나.
나를 사랑하는 척, 사랑하고 있지 않았구나.

나를 사랑한다는 의미는
그저 '나'인 것만으로 모든 것이고
숨 쉬고 있는 그저 '나' 로서 사랑하기에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 몸도 마음도 쉬어야 할 시기임에도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고
불안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나를 위해'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나는 '나'를 위할 줄 몰랐다.
끊임없는 기준들 속에 나를 맞춰 조각하려고 했다.

어떠한 잣대나 기준, 사회적인 시선들도
<나에 대한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에
<나에 대한 사랑>은 그러한 것에 영향받지 않는 소중하고 귀한 감정인 것인데.

나에게는 그러한 <나에 대한 사랑>은 없었다.

이 힘든 시기가 아니었다면
나의 가짜 사랑에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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