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듣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수 있는 용기.
아무도 모이지 않더라도 대중을 향해 연설할 수 있는 패기.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누군가 한 명쯤은 피켓을 들고 시위할 수 있는 간절함.
아무것도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에 뛰어드는 무모함.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을지라도 한 번쯤은 내 마음을 몽땅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
왜 저럴까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속마음엔 우리도 함께 있다.
그럴 수 없는 사람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사실은 좀 멋져 보이기도 하다.
뭘 얼마나 길게 산다고, 누리면 얼마나 누리고 살겠다고, 이 눈치 저 눈치 내 안의 눈치, 사회속 눈치 봐가며 이다지도 열심히 삶에 임하고 있는가. 모두가 표창감이다.
한때의 객기로, 철없음으로, 치기어린 시절의 풋내나는 영혼은 마냥 반짝거리게 놔두고만 싶어진다. 살다보면 닳고 닳아지는 것들이 뭐 수없이 많을텐데, 내뜻대로 안되는 육신의 처지는 하릴없이 시간의 손길에 익숙하도록 던져놓는 수 밖엔 달리 인간이 취할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흐르는 세월에 고분고분해지는 데만 해도 한평생이 걸릴 지경이다. 인생을 통털어 그렇게 뜨거워본 적 없는 사람은 연탄재도 함부로 차지 말아야 한다는 시인의 가르침대로 우린 두 손 두발 모으고 사랑 앞에 남루해지곤 했다. 실컷 두들겨 패서라도 내 앞에, 내 눈 앞에 대령시킬수만 있다면 범죄자가 되어도 좋으리라 삐뚫어진 사랑에 눈이 멀어 버릴 뻔한 적도 있었던 우리들의 젊은날이 지금보다 한참은 나았을까.
소설가 박완서님은 “나이가 드니 마음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 을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수 있어 좋다고...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이리 쓰셨다.
우리의 젊음은 마치 패널티를 받은 거 마냥 부담스럽고 게다 여전히 부족한 까닭은 아마도 시간적 개념으로 그러할 뿐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없던 새치가 여기저기 두피를 뚫고 나올 기미는 2030세대에서도 탈모와 함께 그들만의 또다른 고민이 되어가고 있으며, 방구석 한 켠에 100장이 넘는 이력서가 줄지않고 쌓여있는, 차라리 쌀이라면 고맙기라도 할, 처치곤란 생필품이 되어버린 젊은 뚝심들의 목마름은 해갈이 시급하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저질러 보고 싶은 게 한 두 개 냐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옥죄는 현실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의 한숨은 가슴안에 자욱하게 늘 깔려있다.
지나온 시간이지만, 지나와 보았기에, 그래서 더더욱 매캐하고 숨막히게 느껴지곤 하는 청춘의 시절이기도 했다. 가진게 없고, 가질게 없는 그들, 아니 우리들의 모습은 세대를 불문하고 어찌보면 당면한 현실앞에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나부다.
많으면 많은 대로 지킬 게 많은 사람들, 없으면 없는 대로 벌어야 하는 사람들, 걱정과 고민의 색깔은 분명 다르겠지만, 어쨋거나 살기위해 지금을 살아내는 것은 매 한가지일테니, 서로 잘하고 있다고 격려와 응원섞인 시선만 거두지 않으면 좋겠다.
잘나면 잘났다고, 못나면 못났다고 손가락질 해본들, 사람이 사람을 등한시하게 되는 순간, 삶은 살 맛에서 죽을 맛으로 떨어지고야 만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시선을 먹고사는 사람들, 평판과 명예 유지가 중요한 이들에겐, 사람을 위하는 것 만큼 자신의 밥그릇이 견고해지는 건 본 적이 없을테니 말이다.
남아도는 힘과 젊음이 안타깝다고 그들에게 잔소리를 맹렬히 퍼부어대려는 기성인들의 꼰대스러움은 나이를 먹지도 않는가부다. 한때 우리가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아리게 추억할 거리가 넘치고 넘쳤던 그 절정의 생애에 불구덩이에 들어 있는 것처럼 하루가 종일 미칠 것 같은 그들에게 시원한 맥주 한 잔 사줄 넉넉한 인심과 약간의 조언 정도면 감사하겠다.
감사하지 않겠는가. 마땅한 안주가 없어서 과자 한봉지, 꿍쳐놓은 생라면 부셔가며 깡맥주에, 깡소주를 들이키며 병나발을 불어대며 밤하늘 별 만큼이나 셀 수없이 많은 꿈을 꿀 수 있었던 우리였다.
지금은 많이 잃어버린, 용기와 패기와 간절함과 무모함은 그 시절 속에 그대로 살아있는데...시간은 생각외로, 아니 생각대로 상당히 민첩하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이만큼 살아내느라 모두 소진되 버린 것 같아도ㅡ여분의 베터리처럼 분명 어딘가에ㅡ그때나 지금이나, 느끼는 외로움처럼 우리안에 늘 함께 있다.
그러니 꺼내 쓸 일만 남았다. 원래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혹은 그때 알아야 할 걸, 지금 알수 있다면 하는 가정은 그저 타이머신이 발명 되야만 해결될 사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