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엔 샴페인 Apr 21. 2023

 꼰대에게 바칩니다.


 아무도 듣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수 있는 용기.

 아무도 모이지 않더라도 대중을 향해 연설할 수 있는 패기.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누군가 한 명쯤은 피켓을 들고 시위할 수 있는 간절함.

 아무것도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에 뛰어드는 무모함.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을지라도 한 번쯤은 내 마음을 몽땅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     


 왜 저럴까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속마음엔 우리도 함께 있다.

그럴 수 없는 사람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사실은 좀 멋져 보이기도 하다. 

뭘 얼마나 길게 산다고, 누리면 얼마나 누리고 살겠다고, 이 눈치 저 눈치 내 안의 눈치, 사회속 눈치 봐가며 이다지도 열심히 삶에 임하고 있는가. 모두가 표창감이다. 

 한때의 객기로, 철없음으로, 치기어린 시절의 풋내나는 영혼은 마냥 반짝거리게 놔두고만 싶어진다. 살다보면 닳고 닳아지는 것들이 뭐 수없이 많을텐데, 내뜻대로 안되는 육신의 처지는 하릴없이 시간의 손길에 익숙하도록 던져놓는 수 밖엔 달리 인간이 취할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흐르는 세월에 고분고분해지는 데만 해도 한평생이 걸릴 지경이다. 인생을 통털어 그렇게 뜨거워본 적 없는 사람은 연탄재도 함부로 차지 말아야 한다는 시인의 가르침대로 우린 두 손 두발 모으고 사랑 앞에 남루해지곤 했다. 실컷 두들겨 패서라도 내 앞에, 내 눈 앞에 대령시킬수만 있다면 범죄자가 되어도 좋으리라 삐뚫어진 사랑에 눈이 멀어 버릴 뻔한 적도 있었던 우리들의 젊은날이 지금보다 한참은 나았을까. 

소설가 박완서님은 “나이가 드니 마음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 을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수 있어 좋다고...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이리 쓰셨다. 

우리의 젊음은 마치 패널티를 받은 거 마냥 부담스럽고 게다 여전히 부족한 까닭은 아마도 시간적 개념으로 그러할 뿐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없던 새치가 여기저기 두피를 뚫고 나올 기미는 2030세대에서도 탈모와 함께 그들만의 또다른 고민이 되어가고 있으며, 방구석 한 켠에 100장이 넘는 이력서가 줄지않고 쌓여있는, 차라리 쌀이라면 고맙기라도 할, 처치곤란 생필품이 되어버린 젊은 뚝심들의 목마름은 해갈이 시급하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저질러 보고 싶은 게 한 두 개 냐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옥죄는 현실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의 한숨은 가슴안에 자욱하게 늘 깔려있다. 

 지나온 시간이지만, 지나와 보았기에, 그래서 더더욱 매캐하고 숨막히게 느껴지곤 하는 청춘의 시절이기도 했다. 가진게 없고, 가질게 없는 그들, 아니 우리들의 모습은 세대를 불문하고 어찌보면 당면한 현실앞에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나부다. 

 많으면 많은 대로 지킬 게 많은 사람들, 없으면 없는 대로 벌어야 하는 사람들, 걱정과 고민의 색깔은 분명 다르겠지만, 어쨋거나 살기위해 지금을 살아내는 것은 매 한가지일테니, 서로 잘하고 있다고 격려와 응원섞인 시선만 거두지 않으면 좋겠다. 

 잘나면 잘났다고, 못나면 못났다고 손가락질 해본들, 사람이 사람을 등한시하게 되는 순간, 삶은 살 맛에서 죽을 맛으로 떨어지고야 만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시선을 먹고사는 사람들, 평판과 명예 유지가 중요한 이들에겐, 사람을 위하는 것 만큼 자신의 밥그릇이 견고해지는 건 본 적이 없을테니 말이다. 

 남아도는 힘과 젊음이 안타깝다고 그들에게 잔소리를 맹렬히 퍼부어대려는 기성인들의 꼰대스러움은 나이를 먹지도 않는가부다. 한때 우리가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아리게 추억할 거리가 넘치고 넘쳤던 그 절정의 생애에 불구덩이에 들어 있는 것처럼 하루가 종일 미칠 것 같은 그들에게 시원한 맥주 한 잔 사줄 넉넉한 인심과 약간의 조언 정도면 감사하겠다. 

 감사하지 않겠는가. 마땅한 안주가 없어서 과자 한봉지, 꿍쳐놓은 생라면 부셔가며 깡맥주에, 깡소주를 들이키며 병나발을 불어대며 밤하늘 별 만큼이나 셀 수없이 많은 꿈을 꿀 수 있었던 우리였다. 

 지금은 많이 잃어버린, 용기와 패기와 간절함과 무모함은 그 시절 속에 그대로 살아있는데...시간은 생각외로, 아니 생각대로 상당히 민첩하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이만큼 살아내느라 모두 소진되 버린 것 같아도ㅡ여분의 베터리처럼 분명 어딘가에ㅡ그때나 지금이나, 느끼는 외로움처럼 우리안에 늘 함께 있다. 

 그러니 꺼내 쓸 일만 남았다. 원래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혹은 그때 알아야 할 걸, 지금 알수 있다면 하는 가정은 그저 타이머신이 발명 되야만 해결될 사안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못생김의 부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