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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엔 샴페인 Oct 20. 2023

나 아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플라톤의 ‘향연’에서는 사랑은 ‘완전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며,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이라고 표현한다.

 내가 나 아닌 다른 한 사람을 포용하는 일, 이해하는 일, 감싸주는 일은 내가 나 자신을 아끼는 만큼의 성실함을 요구한다. 나보다 더 사랑하는 누군가가 더 있던가. 살면서 가능한 일이였던가. 그냥 나 만큼은 아니여도 최선이란 것도 해 보며 받아들이려고 노력 이란 걸 해 본적은 있겠지. 하지만 정작 나를 통째로 갖다바칠 만한 누군가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다.

 사랑은 주는 것 과 받는 것이 왜 항상 누구는 더하고 누구는 덜한 것인가. 아니면 준다고 준 것이, 받는다고 받은 것이 왜 서로의 성에 차지 않을 뿐더러, 아니면 또 왜 넘쳐 흘러서도 양조절에 실패하게 되는 것인가.

 완벽히 채워지지도 않을 뿐 더러, 그러도록 실은 있는 힘을 다하지도 않는다. 설령 한다 해도, 꼭 자신이 무사할수 있을 만큼만. 당연하다. 

 때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부양하고, 나와 가족들이 나의 또 다른 분신처럼 여겨지며, 나의 생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그때부턴 그들의 팔다리가 되어 뛰고, 그들의 머리가 되어 보다 순조롭게 삶이 나가기를 선두에 서서 이끌어간다. 행복하면 그만이고, 아니여도 상관없다.   사랑하며 살아도 좋고, 남자 구실 여자 구실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온갖 구실에 적합하게 자신을 맞춰가며 차근차근 늙어간다. 시간은 그렇게 작정하고 무작정 가는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저렇게 묻어가는 중이다. 

 그렇더라고. 나와 또 다른 누군가를 나 만큼 동일시 해서 사랑할 수 있다는 건, 나의 뼈와 살을 그대로 발라내어 그대의 입속으로 한 점 한 점 먹여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더라고.    나의 피를 쥐어짜내어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가는 입가를 적셔줄 수 있어야만 한다. 인간이길 포기하고 뱀파이어로 수시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며, 때론 온몸이 빻아지는 지경까지 피곤에 파묻혀도 입꼬리와 광대는 한없이 승천해야 하며, 종일을 일과 사람에 시달려 눈꺼풀에 백키로의 덤벨이 달려있어도 언제나 말똥거리며 초롱초롱 그대를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거울에 비친 나에게도 슬쩍 웃어주질 못하면서도, 그대에게 만큼은 푼수처럼 재잘거리며 웃음을 질질 흘릴 수 잇어야 한다. 나는 대체 누구와 완전해 지기를 바라길래, 나에게도 할 수 없는 짓을 뭐 얼마나 자애롭고 인자한 성품이었다고 이해에 이해를 거듭하고, 포근한 척, 든든한 척을 마다하지 않는 것인가. 

 나의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으로 그게 정확히 무엇이고, 정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다만, 사람은 누구나 결핍 투성이에, 결함 덩어리다. 어느 누구도 불완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 여자친구, 남자친구, 남편, 아내 라는 프레임으로 상대를 둘러싸고 행해지는 모든 행동들은 어쩌면 진실 혹은 거짓이요, 선행 혹은 악행이요, 고급 혹은 저급인 ‘척’일 수 있단 얘기다. 

 자신한테 하는 것 만큼 누구를 애정할 수 있을 거란, 이해할 수 있을 거란, 받아줄 수 있을거란 착각은 애시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을 때라도 내가 나를 떠날 수가 없으니, 그냥 산다. 이게 가장 답답하고 환장할 노릇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거나 보내거나 버릴 순 있어도, 나는 나를 놓고 단박에 죽어버릴 수도 없지 않은가 이 말이다.   그러니 미우나 고우나 꼴배기 싫거나 주먹이 울어도 나는 나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껴안아줄 수 밖에 없다. 사랑할 수 밖엔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를 끌고 가는 게 나인게 너무 힘들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면, 적어도 양심은 소지해야 함이 맞다.

 이걸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그 사람이 힘들 때 나는 얼만큼 참아주고 얼만큼 잘해주고 얼만큼 북돋아주었을까. 더도 덜도 말고, 딱 나한테 하는 것 처럼만 내 자신한테 그리 한다면, 우린 누구와도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그러니 서운해도 그만, 화가 나도 그만, 실망해도 그만, 후회해도 그만이다. 사랑?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다만, 해도 안 해도 군소리 없기. 게다 받기만 하는 사랑이라면, 인생 오지게 운 좋은거고. 줄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좀 있어뵌다!

 우린 아직 주고 받고에 누구라도 미숙하니까. 완전해질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 실상은 그걸 알면서도 우린 상대방을 원하고 또 원한다. 둘이 되었다가 다시 혼자가 되는 건, 혼자였다 다시 둘이 되는 것 만큼 적응이 안된다. 하지만 또 적응이 된다. 시간이 알게 모르게 거기에 잘 소요되고 있다는게, 음과 양의 조화로움은 필히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가 부다.

 그냥 내가 나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만큼, 내가 나의 실수와 수많은 단점들을 포용하며 사는것만큼 그럴수 있는 노력이 가능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꼭 그리할 수 있길, 거창하게, 아니면 소소하게 ‘사랑’ 할수 있길. 그게 본능을 좆는 것 일지라도, 이기적인 욕망으로 애정을 갈취하는 것일지라도.     

세상이 사뭇 건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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