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독고다이

 공통의 목표가 있다면 혼자 가는 것보다 다수의 힘은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한다. 

다수일 필요도 없이 둘만 되도 훨씬 수월하다. 백짓장을 드는 힘은 혼자서도 사실은 충분할 것 같지만, 굳이 이걸 왜 들어야 하는지, 하고 많은 길을 두고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자기 의심이 쎄게 내리칠 땐 더더욱 옆에서 경각심을 일깨워줄 누군가는 필요하다. 

 그걸 나 혼자 낑낑거리며 채찍질하며 가는 길은 외롭고도 맘 속은 험하디 함하며 또한 길고 멀다. 나를 남에게 다 보일 수 없어도, 그러지 않아도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

 내편,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 하나 정도가 늘 버티고 있어주면, 절대 마지막 나락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살면서 허무해질 때가 사람에게 별 다르지 않다. 어려울 때 정작 찾아보면 믿을만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질 않다는 데서 가슴 한켠은 대포 한 알이 뚫고 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우글거리는 자신의 주변에서 그래도 내가 시체 하나를 들쳐 메고 무작정 문을 두드렸을 때 일단은 말없이 숨겨주고 안심시켜 줄 수 있는 사람 하나를 당신은 있는가. 손에 꼽는가? 글쎄 손가락이 열 개임이 이럴 땐 정상이 아니라 부끄러울 지경이다.    크게 잘못 살아온 인생도 아니지만, 무던하게 산 탓에 그냥저냥 갖은 고초를 경험한 진한 우정은 없는 것 같다. 사랑? 그것 역시 생각해 봐야 겠다. 지금 같은 시절엔 이상형은 커녕 정상인을 찾는 편이 훨씬 확률 상 나을 것 같은 시대엔 사람 하나하나도 조심해서 만나고 사귀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이뤄가야 한다. 

 이젠 내가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빈축을 살만 하다. 그런 좋은 나를 어떻해든지 이용하거나, 악용할 사람들이 어떤 가면을 쓰고 자기 주변에 어슬렁 거리고 있는지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는 세상이다. 그게 더욱이 내가 믿는 단 한사람일수 있다는 것 역시 배제할수 없는 현실이다! 무섭고도 차갑다. 정없다. 

 오랜 우정과 사랑을 꿈꾸기엔 말 그대로 꿈 일 수 있을 만큼 짧게 끝이 나거나 그냥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 아예 없었던 이만 못하게, 애초부더 알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그런 사이로 전락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믿을 만한 한 사람이 유일한 희망이 되는 것 만큼 위험한 게 없다. 그래서 그것 역시 무섭고, 슬프고, 차갑게 인생의 공허함에 기름을 부어댄다. 그럴 땐 제발 라이터를 켜지 마라. 마음의 불을 당기는 건 어쩔 땐 너무도 모험이다. 

 누군가를 믿고 따르고, 한 사람과 같은 목적으로 동행하는 마음가짐은 그것만으로도 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지만, 부디 마지막까지 자기 스스로를 굳건히 믿고 따르는 의지만은 우정과 사랑보다 더 강해야 한다. 

 세상에 자기 자신 보다 더 우선인 건 없다.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때론 생존의 초강력 모티브가 될수 있다. 각자 살 길을 모색함에 있어 그간의 추구했던 공통의 합의된 목표는 언제든 수정되며 변질 가능하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의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