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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엔 샴페인 Oct 20. 2023

부캐 파워, 슈퍼 파워

 부캐가 유행이다.

 어느 때부 턴가 원래의 내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부수적인 인물 하나를 만들어 그것의 삶으로 동참하려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참 명연기의 달인 인 듯 싶다. 굳이 부캐가 필요 없더라도 이미 우리의 일상은 연기 천지다.

 웃고 싶어서 웃는게 아닐 테고, 기분 좋아서 기분 좋은 티를 내는 건 아닐 텐데, 어쩜 그리 맑고 밝은 기운이 서려있는지 깜빡 속을뻔 한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척 하다보면 그렇게 되는가 부다.

좋은 거 아닌가. 어느 땐 허세도 부려보며 마치 꽃미남 탑 배우의 새끼 발톱이라도 주어먹은 생쥐마냥 빙의하여 흉내도 내어보고 말이다. 감히 살면서는 쉽게 범접해보지 못할 포브스가 선정한 재벌처럼 말투와 표정도 바꿔보았다가, 돼지멱을 따고 딸지라도 세상 천상의 목소리주인공 마냥 립싱크를 해 댈 수도 있다.

 사실 능력자란 별게 아니다. 요즘엔 척하고, 나 아닌 것처럼, 잘만 연기해도 꽤 그럴싸하게 속이기 쉬운 세상이다. 정말 넘사벽의 인물들은 감히 꿈도 못 꿔 보지만, 웬만큼은 다들 이미 달인의 경지에서 하산 하기만을 기다려도 좋다. 

 누구나 자신이 정말 되어 보고픈 삶이 하나 쯤은 있다.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면야 그보다 행복한 게 또 있을까 만은, 일상에선 언감생심 꿈에서도 그려지지 않는 먼나라 얘기 같기만 하다. 무엇이 되고 싶다 한들, 간절함은 현실에 언제나 그늘져있고, 우리는 그렇게 시들어갈 것이다. 뜨거운 열정 한번 뿜어내지 못하고 말라갈 것이다. 

 살기 위해 살고 싶어서 그래도 하나쯤은 연기라도 좋으니 가면은 꼭 마련해 둬도 좋을 듯 싶다. 지나치게 역할놀이에 빠지거나, 리플리 증후군까지 가지만 않는 한에선, 적당히 자신을 컨트롤하며 너무 힘들 떈 또다른 나의 인격을 앞세워 세상의 칼날에서 몸을 숨겨도 좋다. 

 사람은 살기 위해 무엇이던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생물체의 본능만큼 진실되고, 때론 악한 것 또한 없지만, 세상 살이에 목이 조여지고, 두 팔다리가 내맘대로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린 언제나 본색을 들어내고, 천성을 밑바닥까지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다. 

 그렇게 까지 되지 않으려면 나 아닌 다른 캐릭터가 필요하다.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함이 아니고, 힘든 상황에서  면피하고자 함도 아니다.

 버티고자 함이다. 그러니 당신 안의 아재, 당신 안의 소년, 당신 안의 재벌, 당신 안의 가수, 당신 안의 보살, 당신 안의 꿈꿀 수 있는 모든 그들은 죄다 모아 이 생을 견디자, 어차피 코스프레하는 삶이라면 지금의 자신보다 되도록 근사하고 간지나는게 좋겠다. 

 한없이 착해져도 무방하리라. 언제 그렇게 선하디 선한 역할을 해볼 수 있겠는가. 앞으로를 예측하건데, 착해지긴 이미 글른 삶 일꺼 같다. 온갖 악역은 죄다 꿰차며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욕이란 욕은 다 들어 쳐먹고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으니, 괜찮다.  

 지금보다 아름답고, 부드럽고, 뽀얀 인격으로 거듭나서 그간에 못 했던 거 남김없이 다 해도 좋다. 누군가를 해꼬지하고 싶거나 복수를 한다던가 하는 심뽀는 굳이 가면조차 필요없을 만큼 해보고 살지 않았던가. 이쯤해선 개과천선의 길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스스로 민망하고 뻘쭘하다면 본캐는 잠시 있고, 부캐의 힘을 동원해봐도 괜찮겠다.  

 총으로 난사를 해대고 싶은 주변의 모든 상황을 묵묵히 안고가야 한다면 그럼에도 웃을수 있는 가면 하나 정도는 마련해도 또한 좋다. 당신의 그 마음 안엔 과연 어떤 인물들이 숨어있을까 내심 궁금해진다. 

 나도 내 안의 수많은 나를 잠재우느라 가끔 피곤할 때가 있다. 그 모든 인격체들이 살겠다고 버둥거리며 나를 뚫고 나오려 할 때마다 현실을 자각하며, 이성의 끈으로 출구를 봉쇄, 일상에 꽁꽁 동여매어 버리곤 했다. 살기 위해선, 이젠 하나 둘 씩 끄집어 내어 숨 쉬게 해주고 싶다. 

 부디 지금의 허름하고 추레한 영혼이 아닌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영롱하게 보석박힌 부캐로 활동하고 싶다. 그래서 본캐가 생각나지 않을만큼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해가고 싶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더더욱 빛나게 바뀌면 그만이다. 부캐의 힘을 빌어서라도 간지나게 좀더 멋있게 변해가자. 그게 이왕이면 덜 억울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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