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다. 2

by 윤미용

아이의 얼굴이 금새 달아오른다. 끝내 벗지 않는 마스크 사이로 땀이 흘러 내린다. 각자 맨 작은 배낭마저 아이에겐 버거워 보인다.


걷기 시작 후, 30분은 침묵의 시간이다. 시계를 보여주며 지금부터 30분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아이는 무표정으로 앞만 보고 걷는다.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걷는 길이 차도와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는 온갖 신경이 쓰인다. 말을 할 수 없으니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거나 내가 먼저 움직여 아이를 보호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에요.' 걸으며 처음으로 나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은 3번 정도 더 했던 것 같다. 숲 속 오르막길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석양의 노을을 바라보며, 강아지와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주어진 워크북을 진행해야하는 부담감으로 아이에게 질문을 한다.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힘들어요.' 정답이 아닌 걸 미안해하듯 멋적어 하면서 답한다. 쉼을 갖는 시간에도 별다른 말없이 주변을 감상한다. 아이의 마음을 열어 줄 질문, 내면의 자아와 만날 수 있는 질문, 털어 버리고 벗어나면 참 좋을 그 문제를 끄집어 낼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아이는 단답이다. '네, 아니요, 괜찮아요, 모르겠어요.'


출발할 때부터 걱정이 되었던 구겨신은 신발이 계속 거슬린다. 또박또박 걷지 않고 신발을 질질 끌며 걷는다. 아니나 다를까. 또 쥐가 났다며 멈춰선다. 예상과 달리 포근한 날씨 탓에 아이의 온 몸은 뜨겁고 땀이 흥건하다. 다시 주저앉아 마사지를 하고 있는데, 이젠 심장이 아프단다. 아이는 '이렇게 오래 걸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스스로 진단을 내린다. 배낭에 있는 간이 의자를 꺼내 앉히고 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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