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다. 3

by 윤미용

애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더 이상 못 걷겠어요.'

아이가 힘들다는 말을 할 때마다, 솔직한 네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용기라고 했던 터라 실망스럽지만 격려한다. '그래, 여기까지 걸은 것도 대단하다. 수고했어.'


아이는 올 여름에 가족과 함께 청와대 구경갔던 얘기를 했었다. 그 땐 너무 더워서 오늘보다 더 힘들었다고 했다. 오늘은 걷기에 참 좋은 날씨라고 서로 격려했다. 그러나, 더 걷기 어렵다면 멈추는 게 맞겠지. 운영진에게 연락을 취하고 오르던 길을 돌아 내려간다. 큰 길가에서 차량을 만나 편안하게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아이의 표정이 복잡하다. 우선, 더 걷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안도한 것 같기도 하고 자기 때문에 강제 종료된 동행자에게 미안해하기도 한다. 나는 오직 너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수용되는 나를 본다.


종착지인 석양 스팟으로 모두 함께 모였다. 수평선과 노을이 만날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리며 마냥 바다와 마주한다. 아이의 뒷모습이 마치 어른처럼 단단해 보인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원하던대로 자신의 삶을 깊이 바라보며 내면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건 아닐까?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 상념은 아이의 것으로 가득찬다. 이 곳은 지난 10월에 이어 두번째다. 찰칵 찍힌 사진의 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그 때 나와 함께 한 어떤 생각도 잔상도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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